“9·11 이후 증시 최악의 날” 코스피 12% 넘게 폭락…역대 최대 낙폭

“9·11 이후 증시 최악의 날” 코스피 12% 넘게 폭락…역대 최대 낙폭

기사승인 2026-03-04 17:59:05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에 국내 증시가 사상 최악의 폭락장을 기록했다. 한 때 칠천피(코스피 지수 7000선)을 바라보던 코스피는 5090선으로 후퇴했고, 코스닥은 천스닥(코스닥 지수 1000선)이 무너졌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06%(698.37p) 급락한 5093.54에 장을 마쳤다. 장중 5059.45까지 떨어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상징이었던 오천피 수성마저 위태롭기까지 했다. 이같은 하락세는 범글로벌 증시 하락세를 야기한 미국 9·11 테러 직후인 지난 2001년 9월12일(-12.02%)를 넘어선 역대 최대 낙폭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도 크게 흔들렸다. 그동안 증시 상승세를 주도해 온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1.74%, 9.58% 떨어진 17만2200원, 84만9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현대차(-15.80%), 삼성전자우(-11.15%), LG에너지솔루션(-11.58%), 삼성바이오로직스(-9.82%), 한화에어로스페이스(-7.61%), SK스퀘어(-12.74%), 기아(-14.04%), HD현대중공업(-13.39%) 등도 모두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는 코스피보다 낙폭이 더 컸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4.00%(159.26p) 급락한 978.44로 마감해 천스닥 수성에 실패했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19일 기록한 직전 역대 최대 하락률인 -11.71%를 넘어선 수준이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은 리노공업(-9.51%)을 제외하면 모두 두 자릿수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에코프로(-18.41%), 알테오젠(-13.32%), 에코프로비엠(-16.99%), 삼천당제약(-14.46%), 레인보우로보틱스(-16.19%), 에이비엘바이오(-17.17%), 코오롱티슈진(-13.32%), HLB(-15.53%), 리가켐바이오(-15.81%) 등이다.

이날 오후 3시50분 기준으로 코스닥과 코스피는 전 세계 주가지수 하락율 1위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시간 대만(-4.35%), 일본(-3.61%), 홍콩 항셍(-2.47%) 등 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국내 증시의 낙폭은 유독 두드러진다. 

코스피·코스닥, 약 19개월만 초유의 ‘더블 서킷브레이커’

국내 증시는 프로그램매도 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 발동에도 오히려 폭락세를 키우며 초유의 코스피·코스닥 더블 서킷 레이커(매매거래중단) 발동 상황까지 불러왔다. 

이날 개장 직후인 오전 9시6분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 다섯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당시 코스피200선물이 전 거래일 대비 6.04% 하락했다. 코스닥시장은 10시31분 코스닥150선물이 6.31% 내리면서 올해 들어 3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 발동에도 폭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사이드카 발동 시점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11시16분 코스닥시장은 코스닥이 전 거래일 대비 8.11% 하락한 1045.37로 낙폭을 키우면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도 11시19분 코스피가 8.11% 내린 5322.16로 낮아지자 서킷브레이커를 맞이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락할 때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동시 서킷 브레이커 발동은 엔 캐리 청산 리스크와 미국 주요 빅테크의 부진으로 발생한 지난 2024년 8월5일 블랙 먼데이 사태 약 19개월 만이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이틀 만에 약 1달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장 초반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매도 사이드카 발동 이후 서킷브레이커까지 나타나면서 변동성이 극심한 상태”라며 “전쟁 수혜주로서 전날 급등했던 방산, 해운, 정유 업종 또한 하락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폭락 원인 ‘중동 리스크 우려’…“당분간 심한 변동성, 주가 폭락은 과해”

국내 증시가 얼어붙은 이유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 여파가 확전 우려로 번지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극대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대규모 합동 공습 작전을 개시했다. 특히 작전 개시 36시간 만에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포함한 지도부 48명이 제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 사태의 중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역대 전쟁 유공자들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하면서 이란과의 전쟁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무엇이든 우리는 해낼 것”이라며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정세 불안 장기화가 현실화될 경우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한다. 이란이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 루트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 이동 선박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4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 부사령관 모하마드 아크바르자데가 “호르무즈 해협이 안전하지 않다는 IRGC 해군의 반복적인 경고를 무시한 10척 이상의 유조선이 각종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에 탔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전쟁 장기화 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경기 상황이 양호한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은 상황이라 에너지 가격 상승발 물가 상승 부담에 취약한 상황”이라며 “공급발 인플레 지속 시 경기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변동성이 심한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현재와 같은 주가 하락은 과도한 수준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구간에서 매도 실익은 크지 않다. 단기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 유입 가능성도 열려있다”며 “트럼프가 기존에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4주 이내 마무리될 가능성을 가정하면, 현 구간은 과도한 공포심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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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