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말 정부가 적극적인 시장 안정 조치로 끌어내렸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중동 사태가 전면전 양상으로 격화되자 간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을 넘나들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환율이 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오후3시30분 종가 기준)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9원 오른 1479원으로 개장한 뒤 장중 한때 1482.7원까지 오르며 1480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지난달 27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안전 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오르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4분의 1이 통과하는 에너지 요충지다.
이에 최근 1420원대까지 내려왔던 환율이 다시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 등의 이유로 1480원대로 올라선 환율을 내리기 위해 고강도 구두 개입, 국민연금 환헤지 등 전방위적 수급 대책을 펼친 바 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한국은행도 대응에 나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예정돼 있던 해외 출장 출국 일정을 미루고 ‘중동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했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일시적으로 넘기도 했지만, 상황은 과거와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다”며 “우리나라 대외 차입 가산금리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환율 급등세에 대해 “대외적인 충격 변수가 빨리 안정을 찾으면 또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외환보유고가 4000억달러를 넘는 수준이고, 민간까지 합하면 1조 달러가 넘는 외화자산을 한국이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도 과도한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 100조 이상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중동 상황과 관련해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제 영향 최소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를 틈탄 시장질서 교란행위와 가짜뉴스 유포 등을 면밀히 감시하고, 적발 시 무관용으로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환율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경제 구조이고, 무역의존도가 커 원화가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이란과 미국 간 갈등이 출구를 찾기 전까진 환율이 전고점을 트라이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원·달러 환율 범위로 1430~1510원을 제시했다. 그는 “3월 한 달은 전쟁 전개 상황에 따라 금융변수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구간”이라며 “유가가 오를수록 달러화는 강해지고 원화는 약해질 것이며, 전쟁이 진정되면 반대 힘이 작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