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폭등하면 정부가 가격 정한다?…‘물가안정법’ 뭐길래 [알기쉬운 경제]

기름값 폭등하면 정부가 가격 정한다?…‘물가안정법’ 뭐길래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6-03-06 14:47:31
지난 5일 유류 가격이 급등한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남동균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유류 가격 상승과 관련해 ‘유류 판매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을 향해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폭등했다”며 “최고가격을 일률적으로 전국적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면 지역별·유류 종류별로 적용하는 등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신속하게 지정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구 부총리도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국제가격의 반영 시차 등을 감안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시점이 결코 아닌데도 과도하게 가격을 인상해 폭리를 취하는 것은 민생을 좀먹는 몰염치한 행위”라며 “정부는 최고가격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유류 판매 최고가격 지정’의 근거가 되는 법이 바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물가안정법)입니다. 주무부처는 재정경제부입니다.

물가안정법이 실제 적용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만 발동되는 비상 경제법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이 법이 제정된 배경도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극심한 물가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사례로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마스크 매점매석 단속과 2021년 요소수 품귀 사태 때 시행된 긴급수급조정조치 등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가격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됐던 것도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따른 유통 관리의 영향으로, 엄밀히 말하면 최고가격 지정 사례는 아닙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유류 가격 급등에 대해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물가안정법 제2조에 따르면 정부는 내우외환이나 천재지변, 긴급한 재정·경제상 위기 등으로 국민생활과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특히 중요한 물품의 가격에 대해 최고가격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최고가격은 생산·도매·소매 등 거래 단계별로 다르게 정할 수 있고 지역별로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정부가 휘발유의 최고가격을 정하면 주유소는 그 가격을 넘겨 판매할 수 없습니다. 최고가격을 초과해 거래해 부당한 이득을 얻을 경우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가격 통제 외에도 물가안정법에는 물품 공급이 급격히 부족해질 경우 정부가 직접 수급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법 제6조(긴급수급조정조치)는 물가 급등과 물품 공급 부족으로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일정 기간 생산계획이나 공급, 출고, 수출입 등을 조정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규정입니다. 이 조치는 최대 5개월 범위에서 시행할 수 있으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가격 급등 상황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시장 교란 행위인 ‘사재기’도 법으로 금지됩니다. 물가안정법 제7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는 사업자가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대량으로 사들이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정부가 가격 상한을 직접 정하는 조치는 시장에 강하게 개입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가격을 강제로 묶을 경우 공급 감소나 품귀 현상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유류세 조정이나 공급 확대, 유통 점검 등의 방식으로 물가를 관리해 왔습니다. 최고가격 지정이나 긴급수급조정 같은 조치는 물가 급등 등 위기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정책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