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게임 개발 현장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제작 방식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모바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콘솔과 PC 기반 작품이 늘어나면서 개발 기간과 제작 공정이 한층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AI 기술이 게임 산업 지형을 크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복잡한 게임 제작에 필요한 데이터 축적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데다 이용자들의 거부감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와 유럽 등 콘솔 중심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래픽 완성도와 서비스 안정성, 콘텐츠 규모 등 여러 측면에서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와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등 콘솔·PC 기반 작품이 등장하면서 글로벌 이용자를 겨냥한 제작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제작 공정 역시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그래픽 엔진 최적화와 물리 연산 기술, 글로벌 동시 출시를 위한 현지화 작업 등 개발 과정 전반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어서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역시 PC와 콘솔 동시 출시를 목표로 수년간 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프로젝트로 콘솔 기반 게임 제작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제작 방식 혁신은 AI 기술과 결합으로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공개된 구글의 지니3는 게임 제작 공정의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니3는 텍스트나 이미지만으로도 상호작용이 가능한 3D 가상 세계를 즉각 구현하는 능력을 갖춰 초기 프로토타입 제작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니3와 같은 고도화된 AI 모델을 인간의 대체재가 아닌 제작 효율을 극대화하는 보조 수단으로 보고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에 대해 언급하면서 “단기간 내 게임을 대체할 수준으로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도 “AI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GTA 6’ 같은 게임을 만들 순 없을 것 같다”며 “이용자들도 AI로 만든 아트나 캐릭터 도입에 크게 저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게임사들은 AI 활용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개발과 서비스, 사내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DB)를 자동화·구조화하고 위험을 탐지·분류하는 방식이다. 크래프톤 역시 AI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직책을 신설하고 이강욱 AI 본부장을 선임했다. AI 연구개발과 중장기 기술 전략을 통합해 추진하기 위한 조치다. 회사는 게임 내에서 이용자와 상호작용을 하는 CPC(Co-Playable Character)를 상반기 중 적용할 계획이다.
한편 이러한 기술 혁신과 실적 반등 이면에는 고용 구조 변화라는 과제도 제기된다. 일부 게임사들이 희망퇴직 등을 통해 조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형 게임사에서 이런 현상이 빈번하다. 실제 조이시티는 2024년 출시한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제작진을 30%가량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게임 개발사 클로버게임즈는 최근 신작 ‘헤븐헬즈’ 출시 일주일 만에 개발 인력 상당수를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전해진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급격히 확대된 조직 규모를 조정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게임 개발이 중단된 부서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고 개발자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수 IP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확대되면서 제작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하나의 작품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완성도와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지니3 같은 월드 모델은 게임을 만들 수는 있지만 지속 가능한 시간이 매우 짧아 환경을 안정적으로 생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세계관 구성이나 디테일한 연출 등은 여전히 인간 개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