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여파로 국내 기름값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에 근접하자 정부는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 방안까지 검토에 들어갔다.
8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 유가 상승분이 국내 주유소 판매 가격에 이례적으로 빠르게 반영되면서 당국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약 2주가량의 시차가 발생하지만, 이번에는 가격 상승이 즉각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유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주요소 휘발유 가격이 폭등했다”며 부당 폭리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이어 6일에도 “기름값 바가지처럼 공동체의 어려움을 이용해서 부당 폭리를 취하려는 반사회적인 악행에 대해서는 아주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범부처 합동 점검 체계를 가동해 석유 유통 과정의 불공정 거래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매점매석이나 가짜석유 판매, 혼합 판매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주유소 가격 담합 가능성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유류세 조정 여부와 비축유 활용 등 추가적인 가격 안정 대책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이같은 조치에도 국내 주요소 기름값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93.30원으로 전날보다 3.90원 올랐다. 휘발유보다 비싸진 경유는 전날보다 4.82원 오른 1915.37원으로 1900원선을 넘어섰다.
전국에서 가장 유가가 높은 서울의 경우 휘발유와 경유 모두 1900원 중후반대에 진입했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 보다 2.98원 오른 1944.69원이다. 경유 가격은 1968.24원으로 4.88원 올랐다.
전날보다 상승폭은 다소 줄었지만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기름값 상승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를 근거로 석유 최고가격 지정 고시를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해당 조항은 석유 가격이 크게 변동해 국민경제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산업통상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초과 수익은 환수 대상이 된다.
다만 실제 제도 시행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사실상 사용되지 않았던 조치인 데다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공급 감소나 판매 기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가격 통제로 발생한 사업자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야 할 가능성 역시 정책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국제 유가 흐름과 국내 가격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최고가격제 도입 여부를 포함한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