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페이스 골든타임…“우주 인력 양성이 생태계 명운 가른다” [현장+]

뉴 스페이스 골든타임…“우주 인력 양성이 생태계 명운 가른다” [현장+]

기사승인 2026-03-09 18:20:43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우주항공 분야 인력양성 정책 토론회에서 패널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수민 기자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우주 경제를 선점하기 위한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5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인프라 구축을 넘어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소프트 파워’를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우주항공 분야 인력 양성 정책 토론회’에서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우주 산업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핵심 인재 확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대한 과제가 됐다”며 시스템 관점에서의 인재 양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주항공 산업은 발사체와 위성 제조 등 전통적인 인프라 단계인 ‘백본(Backbone)’ 역할을 넘어, 위성 데이터 통신과 AI 클라우드, 우주 감시 및 교통 관제 등 새로운 응용 서비스를 창출하는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한국은 오는 2045년까지 화성 착륙을 목표로 하는 국가 로드맵을 수립하고 매년 1500명의 신규 인력을 유입시켜 총 3만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 대학에서 배출되는 우주 전공 인력 중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비중은 20% 수준인 약 30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우주항공청(KASA)은 청소년부터 대학, 기업에 이르는 전주기적 인재 육성 모델인 ‘스타(STAR)’ 전략을 수립, 임무 기반의 인력 양성과 지역 정착형 교육 시스템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안형준 연구위원은 “국가 우주 혁신 시스템(NIS) 관점에서 볼 때 인력은 생태계를 움직이는 혈류와 같다”며 “인력은 그 혈류 내부를 구성하는 요소, 마치 적혈구와 영양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는 최초 투자자 역할을 수행하며 인력의 원활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실제로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 미국은 개방형 R&D를 통해 전 세계 자본과 인재를 흡수하고 있으며, 산업군을 키우기 위해 공공과 민간이 연계해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인도 또한 최근 공기업 개편과 해외 직접 투자(FDI) 자유화를 통해 국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공급망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안 위원은 “우리나라도 통합적인 기술 개발에서 민간 주도로 이동하는 과도기에 있다”며 “글로벌 인재 네트워크의 매력적인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문희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초소형 큐브위성 경진대회’ 발표를 통해 “과거에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전주기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실무 역량을 쌓는 시대가 됐다”며 “우리나라는 누리호를 통한 실제 발사 기회까지 확보했기 때문에 이를 누가 더 잘 활용하느냐가 국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 책임연구원은 단순히 발사 성공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부품 하나를 개발하더라도 우주 환경에서의 실증 경험이 가치를 결정한다”며 “큐브위성이라는 저렴한 실험 플랫폼을 통해 끊임없이 ‘성공의 경험’을 쌓아야만 기술 무기화 단계에 접어든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 직후 이어진 패널 토론회에서는 현장 실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반으로, 산업 증진을 위한 향후 과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 특히 민간 이양 단계에 접어든 우주 산업 현장 인력들의 수요에 맞춘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토론에 참여한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우주항공 분야는 도전과 실패 경험이 중요한 분야”라며 “경험 의존적인 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대학 교육 과정에서부터 위성 개발 경험을 마음껏 쌓을 수 있도록, 과감한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우주항공 전공자 비중이 산업 전체의 8.5%에 불과한 현 실정을 반영해 반도체·배터리·전기전자 등 타 분야 인재들이 우주 산업에 부담 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융합 교육과 기술 샌드박스를 강화하는 방안 또한 논의됐다. 

권현준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정책부장은 “우주 인력 양성의 출발점은 호기심이지만, 방향을 결정하는 힘은 국가적 시스템에 있다”며 “제조 강국으로서 축적된 우리의 역량을 바탕으로 우주항공 전주기 인재 파이프라인을 설계해 나간다면, 기술의 수동적 수혜자를 넘어 글로벌 우주 경제를 설계하고 주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 막바지에는 실제 교육 현장에 있는 대학생들의 지적도 제기됐다. 박미 한양대 에리카 항공우주학회 동아리 대표는 “수도권에는 발사할 수 있는 공역이 없어 6시간씩 차를 타고 고흥까지 내려가야 한다”며 규제 완화와 수도권 내 테스트 공간 마련을 호소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현 의원은 이에 공감하며 “본 만큼, 경험한 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학생 때부터 우주산업 관련 여러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우주항공 분야의 인재 발굴을 위해 경진대회 참여 대상을 초중고 및 대학생까지 확대하고, 고흥·사천 등 지역 인프라 격차를 해소해 학생들이 직접 보고 경험할 기회를 넓히는 데 힘쓰겠다”면서 “우주 산업이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예산 지원과 더불어 ,실패를 허용하는 성공 기회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