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등 필수 의료행위를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실행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0일 성명을 통해 “보건의료 현장의 본질적인 구조를 외면한 채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력을 국가의 통제 아래 두고 강제로 동원하겠다는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강제노역법’이라고 반발했다.
이른바 ‘진료공백 방지법’으로 일컫는 이 법안은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분만, 수술, 투석, 마취, 진단검사 등을 ‘필수 유지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정지·폐지 또는 방해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전공의들은 “이미 드러난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의료인 개인에게 전가하려는 비겁한 시도”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법안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강제 동원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 의정 갈등 과정에서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을 수도권으로 차출했던 전례를 들었다.
대전협은 “현장의 전공의들이 왜 미래를 포기하고 사직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법으로 묶어두고 강제로 일하게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현대판 강제노역’”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ILO(국제노동기구) 제29호 ‘강제노동 금지 협약’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이며, 국제적 기준마저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 대신 법적 강제를 앞세운 겁박은 당장의 공백을 잠시 가릴 수는 있을지 모르나, 미래 의료의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만들 것”이라며 “젊은 의사들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대한민국 의료를 다시 일으키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과대학 교수들도 “환자 안전은 처벌로 지켜지지 않는다”면서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은 처벌 조항의 부재가 아니라 저수가, 고위험 저보상 구조, 전공의 의존형 운영, 수련환경 악화, 지역·과목 간 인력 불균형, 법적 책임 부담, 교육·수련 수용 능력 검증 없는 정원 정책 등 구조적 문제의 누적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공개적 집단행동을 억누르는 대신 필수과 지원 기피, 당직·온콜 회피, 고위험 진료 축소, 지역의료 이탈을 심화시켜 필수의료 기반을 붕괴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것”이라며 “적정 인력도, 안전한 진료환경도 없이 형식적 연속성만 강제하는 법은 ‘환자안전법’이 아니라 ‘환자위험법’이다. 국회는 처벌 입법을 멈추고, 필수의료 붕괴를 초래한 구조적 실패에 대한 검증과 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