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가 비상장 기업에 대한 첫 직접 지분 투자처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리벨리온’을 낙점했다. 인프라 위주로 흘러가던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자금이 혁신 스타트업 지분 투자로 옮겨가면서 국가 전략 기술 기업 ‘스케일업’ 지원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는 리벨리온이 추진 중인 이번 투자 라운드에 총 2500억원을 투입하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나갈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민관합동 펀드로, 비상장 기업에 직접 지분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국민성장펀드는 1호 프로젝트인 ‘신안우이 해상풍력’(7500억원 규모)을 시작으로, 현재 논의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 시설 조성 등 주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자금을 공급해 왔다. 단순 ‘터 닦기’식 인프라 지원에서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국가대표 기업’에 직접 자본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투자 지평을 넓히는 분기점이 됐다는 해석이다.
정책·민간 결합 6000억 메가 라운드
리벨리온이 이번에 확보하는 자금은 총 6000억원 규모의 대형 투자 라운드다. 정책금융과 민간 자본이 결합된 구조로, 국민성장펀드와 한국산업은행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 운용사가 나머지 자금을 끌어오는 형태다.
정책 자금 3000억원은 국민성장펀드 2500억원과 한국산업은행 500억원으로 짜였다. 민간 자본 30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은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벤처투자가 공동 운용사(Co-GP)로 참여해 1000억원규모의 펀드를 조성, 이번 투자를 이끈다. 나머지 2000억원은 과거 미래에셋캐피탈·벤처투자가 조성한 펀드의 기존 투자자 및 미래에셋계열사가 후속 투자(Follow-on)로 300억원을 채우고, 나머지 1700억원은 별도의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마련될 예정이라는 게 IB 업계 설명이다.
지난 2020년 설립된 리벨리온은 AI 연산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설계하는 팹리스로, 데이터센터·클라우드용 AI 칩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을 공식화하며 몸집을 키운 리벨리온은 통합법인을 통해 AI 반도체 설계 역량과 고객·생태계를 묶어 ‘K-AI 반도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번에 유치하는 대규모 자금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에 대응할 차세대 AI 칩 개발과 양산 체제를 강화하는 데 투입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가 신안우이 해상풍력처럼 인프라에 장기 자금을 공급한 데 이어 비상장 팹리스 기업을 첫 직접 지분 투자 대상으로 선택한 건 상당한 상징성이 있다”며 “정책·민간이 함께 글로벌 유니콘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인 자본 구조로 보여주는 동시에,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 전략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민관이 리스크를 나누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