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허가를 받은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가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데 각각 평균 22개월, 46개월의 긴 시간이 걸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속등재, 사후평가 제도 등 보완책이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는 최근 5년(2021~2025년)간 건강보험에 등재된 항암제 32개와 4년간(2022~2025년) 등재된 희귀질환 치료제 20개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건강보험 등재까지 걸린 기간을 분석한 자료를 10일 공개했다.
환단연 조사 결과 항암제는 건강보험 급여까지 평균 1년10개월, 희귀질환 치료제는 2년11개월에서 길게는 3년10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의 신약 건강보험 등재는 식약처 허가 이후 제약사의 건보 등재 신청을 시작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약가 협상,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심의 및 고시 절차를 거쳐 최종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심평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는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를 통해 신약의 임상적 유용성과 급여 기준, 비용 효과성 등을 검토한다. 이들 처리 기간은 120일(최대 150일)이며, 이후 건보공단과 제약사 간 약가 협상의 처리 기간은 60일, 건정심 심의 및 복지부 고시 처리 기간은 30일이다.
하지만 환단연의 급여 등재 기간 분석 결과는 심평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 처리 기간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환단연의 조사에선 항암제의 경우 식약처 허가 이후 건강보험 등재 신청까지 평균 191일(약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등재 신청 후 암질심 심의·통과까지는 평균 약 156일(약 5개월)이 걸리고, 암질심 심의·통과 후 약평위 평가·통과까지는 평균 약 201일(약 6~7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환단연은 “암·희귀질환과 같이 치료 시기가 중요한 중증질환에서 신약의 급여 등재 절차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환자에겐 생명과 직결된 치료를 기다리는 시간”이라며 “치료가 늦어질수록 환자는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상황 속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환자의 치료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신약 등재를 위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최근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희귀질환 치료제는 급여 등재 기간을 현행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사후평가 제도’ 시범사업을 예고했다. 또 중증질환 치료 성과를 획기적으로 높인 혁신 신약은 ‘신속등재 후(後)평가·조정 트랙’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환단연은 “이러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신약의 임상적 효과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초기 단계에서 진입을 차단할 것이 아니라, 성과 기반의 정교한 사후평가 및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중증질환 환자에게 치료의 길을 우선 열어주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 방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약 접근성 개선을 위해선 정부의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제약사의 책임 있는 역할도 중요하다”면서 “이번 분석 결과에서 나온 것처럼 식약처 허가 후에도 제약사 건보 등재 신청 자체가 늦어지거나, 자료 보완 과정이 반복되면서 절차 지연 사례가 확인된다. 신속한 등재 신청과 합리적 약가 수용, 성실한 자료 제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