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파장 건설현장까지…“공기 지연 가능성”

노란봉투법 파장 건설현장까지…“공기 지연 가능성”

기사승인 2026-03-11 06:00:12
서울 아파트 공사 현장의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건설 현장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법 시행 이후 노사 갈등 심화로 공사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이 시행에 들어갔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근로자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은 업체뿐만 아니라 원청업체도 사용자로서 의무를 지도록 한 데 있다. 또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 인해 쟁의권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노동자들의 쟁의행위(파업 등)에 대해 기업이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건설업계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업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현장은 다수의 하청업체와 협력사가 얽힌 구조인 만큼 법 시행 이후 대형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노사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공정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부실시공이나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주택 공급 차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공사비 상승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건설업 특성상 공기 지연은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금융비용과 인건비, 자재비 등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용 증가가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현장의 공사비는 3.3㎡(평)당 약 1000만원 수준인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공사비가 더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해외 주요국은 노동쟁의로 인한 공사 지연을 일정 부분 불가항력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동향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계약조건에서 파업을 불가항력 사유로 명시적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별도의 명시 규정은 없지만 유사 조항을 통해 비슷한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 역시 관련 규정을 통해 같은 취지의 해석이 제공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불가항력으로 인정되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황이다.

주요 건설업체들은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법 시행을 앞두고 법무법인과 등에 의뢰해 대응 방안 컨설팅을 받는 등 내부 가이드라인 정비에 나서기도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은 수십 개 협력업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구조인 데다 현장 상황에 따라 협력업체가 따라야 할 절차와 규정이 많다”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교섭 요구와 쟁의행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0일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97개 원청 건설사를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자정부터 순차적으로 공문을 보냈다”며 “건설 현장 안전 문제 등을 같이 논의하자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앞서 건설노조는 9일 건설회관 앞에서 △중대재해가 감소하는 안전한 건설 현장 △공휴일 휴식권이 보장된 건설 현장 △불법하도급·불법고용·임금체불이 없는 건설 현장 △청년 건설노동자의 기능훈련과 안정된 고용이 보장되는 건설 현장 △부실시공 없는 고품질 주택 건설로 국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건설 현장 등 5가지를 주요 요구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교섭에서도 이 같은 사안들이 중심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 간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도 제도적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 관련 유권해석 자문 기구인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운영해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방노동청을 중심으로 전담반을 구성해 원·하청 교섭 절차를 안내하고 현장 교섭 상황에 신속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우려가 실제 현장에서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론적으로는 하청 노조(복수 노조)가 원청 사용자와 직접 교섭할 수 있지만 시행령에 따르면 교섭창구 단일화가 원칙이다. 이 경우 원청사는 여러 하청 노조와 각각 교섭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화된 교섭창구를 상대하게 된다”며 “실무적으로는 당초 제기됐던 우려보다는 부담이 다소 완화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