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이사 보수 한도를 기존보다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크래프톤이 보수 한도의 약 90%를 사용한 가운데 2026년부터 본격 반영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vesting(베스팅) 물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RSU가 주가와 성과에 따라 보상 규모가 달라지는 구조인 만큼 장기 인센티브 중심 보상 체계가 한층 강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해 이사 보수로 총 89억원을 지급했다. 이사 보수 한도인 100억원 중 89.1%를 사용한 것이다. 이사 보수 한도와 이사회 규모가 같았던 2024년(67억원)과 비교해서도 32.8% 증가했다. 크래프톤 이사회는 2023년부터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올해 이사 수의 변화가 없음에도 이사 보수 한도를 200억원으로 늘린다는 점이다. 이로써 크래프톤은 2020년 이후 유지하던 100억원의 이사 보수 한도를 처음으로 늘릴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통해 김창한 대표 연임을 포함해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콘텐츠 부문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염동훈 메가존클라우드 대표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방침이다.
이번 보수 한도 확대는 장기성과급 반영 영향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 장기성과급은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부여된 RSU로 구성된다. RSU는 일정 기간 재직 요건과 경영 성과 지표를 충족해야 지급되는 주식 기반 보상으로 매출, 영업이익, 주가 등 성과 지표에 연동된다. 특히 베스팅 시점 주가에 따라 실제 보상 규모가 달라지는 구조여서 보수 한도 산정 과정에서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2024년 장병규 의장과 김창한 대표 등 경영진에게 기업 가치와 연계한 RSU를 부여했다. 장 의장은 향후 10년 동안 크래프톤 시가총액이 30조원, 35조원, 40조원을 달성할 경우 각각 3만주씩 지급받는다. 이사회 의장 임기 종료 시 상대적 주가 상승률에 따라 최대 3000주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김창한 대표 역시 임기 만료일(2026년 3월)까지 재임 시 1만주를 받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스케일 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 수행, 영업이익 성과, 상대적 주가 상승률 등에 따라 최대 5만주까지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 최근 보수 구조에서도 RSU 비중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보수 한도는 급여 및 단기성과급 예상액(45억~60억원)과 RSU 1만8600주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다만 성과 조건 충족 결과 실제 지급된 RSU는 1만600주로 확정됐고 이에 따른 주식 보상 약 38억원이 실제 보수 총액에 포함됐다. 전체 보수 가운데 상당 부분이 주식 기반 장기 인센티브로 구성된 셈이다.
2026년 보수 한도 산정 과정에서도 RSU 약 3만6705주가 기준으로 반영됐다. 다만 해당 수량은 향후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며 장기성과급을 제외한 예상 보수 총액은 약 50억~60억원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이번 보수 한도 확대는 신규 보상 확대라기보다 기존에 부여된 RSU 베스팅 물량이 반영되는 구조적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가와 성과에 연동된 장기 인센티브 중심 보상 체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향후 경영진 보상 규모 역시 기업 가치와 주가 흐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이번 이사 보수 한도 상향은 2026년부터 본격화하는 기존 RSU 베스팅 물량이 보수총액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이미 부여된 보상의 반영에 따른 것으로 추가 보수를 새로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크래프톤의 등기이사 보상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가 수립한 ‘Pay for Performance’ 원칙에 따라 회사의 중장기 성과와 연동되도록 설계됐다”며 “RSU와 같은 장기성과급은 영업이익, 전략 실행 성과, 상대적 주가상승률 등 객관적인 성과지표에 기반해 지급 규모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크래프톤이 보수 한도를 늘린 것과 달리 게임사별 보수 정책은 엇갈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24년 이사 보수 한도를 기존보다 50억원 줄인 150억원으로 설정한 이후 현재까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실제 지급된 보수 총액은 약 77억원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이사 수 축소와 함께 보수 한도도 줄였다. 2025년 이사 9명 기준 보수 한도 80억원을 설정했지만 2026년에는 이사 수를 5명으로 줄이면서 보수 한도도 60억원으로 낮췄다. 시프트업은 이사 보수 한도를 250억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이사 8명 체제에서 실제 지급된 보수 총액은 약 44억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이사 수가 7명으로 줄었지만 보수 한도는 동일하게 유지됐다.
게임사들은 경영 전략과 보상 체계에 따라 서로 다른 보수 정책을 택하고 있다. 기업 가치와 주가에 연동된 주식 기반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기업이 있지만 비용 관리 기조를 반영해 보수 한도를 유지하거나 축소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