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 정부는 가상자산에 회의적인 시각을 넘어 일종의 투기자산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은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후 2021년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에 대해 “내재가치가 없다”고 단정 지으면서 시장의 성장 기대감을 냉각시켰다. 이는 국내 가상자산업계의 육성 기회를 외면한 채 사실상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정부 방침은 안정성에 중점을 뒀다. 지난 2024년 7월 본격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이용자 예치금·가상자산 보호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금융당국의 감독·검사·제재 권한(가상자산사업자) △불공정거래행위자에 대한 조사·조치 권한 등이 골자로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금지에 초점을 맞췄다.
가상자산업권에 대한 눈높이의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트코인 초강대국’ 선언에 따른 경쟁 시대가 본격화된 데서 비롯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과도한 가상자산 규정들을 재검토하고 나선 것과 동시에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 지원, 디지털자산 3법(지니어스법·클래러티법안·반CBDC법안) 등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제도권 안착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홍콩은 국가 차원의 크립토 허브 안착을 위한 정책 추진에 돌입했고,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진취적인 정책을 다수 채택했다.
국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가상자산 2단계법(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함께 산업 육성 로드맵 수립 등 생태계 정비를 전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였다.
현재 정부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주요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15~20%로 제한하는 규제(소유 분산)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국은 가상자산거래소가 단순 민간 플랫폼을 넘어 금융기관으로서 역할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규제를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불거진 빗썸발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당국 움직임을 가속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헌법상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이라는 점에서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제기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이같은 규제에 대해 재산권, 직업·기업활동의 자유, 소급입법과 관련해 위헌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규제 목적과 수단도 엇갈렸다. 빗썸 사태로 대주주 지분 제한을 추진하기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것이다. 해당 사태는 전형적인 내부 통제 부실에서 발생한 문제이기에 지분 규제와는 상관이 없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주장이다. 오히려 대주주의 빠른 판단과 이를 뒷받침하는 의사 결정 구조로 즉각적인 추가 피해 확산 방지 대응에 나설 수 있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정에 대해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민간 기업의 경영권을 인위적으로 제약하는 방식은 자유시장 경제 원리를 저해할 뿐 아니라 자본 및 기술의 해외 이탈을 가속화할 위험이 크다”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규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주주 지분 제한이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한 합리적 장치인지, 아니면 과도한 통제로 작동하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글로벌 기준과 괴리된 ‘갈라파고스 규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합리적인 입법 방향이 필요하다. 지분 제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산업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해당 지분이 해외 자본에 넘어갈 경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외국 플랫폼의 우회 진입 통로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대주주 지분 규제가 국내 경쟁력을 상실하게 하는 과거의 실수를 거듭해서는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