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IRA·FEOC…미국의 ‘탈 중국’ 정책 본격화
미국 정부는 중국산 비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ESS용 배터리의 관세가 58.4%로 인상됐다. 3.4%의 기본 수입 관세와 10% 상호 관세, 20% 펜타닐 관련 보복 관세에 더해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 25%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ESS 설비에 세액공제를 적용하면서 공급망 요건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부여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의 우회 진출 가능성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특정 외국 우려 기업(FEOC)’ 규정이 적용되면서 중국산 배터리와 장비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환경은 가격 경쟁력과 별개로 공급망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제품이 여전히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세제 혜택과 공급망 규제까지 고려할 경우 미국 내에서는 비중국 배터리사 채택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관세뿐 아니라 생산 세액공제 적용 여부까지 감안하면 중국 업체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결국 배터리 공급은 한국과 중국 중심인데, 중국이 제한되면 한국 기업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탈중국 흐름 속 미국 ESS 시장으로 쏠리는 3사 전략
특히 ESS 시장은 전기차(EV) 대비 이러한 변화가 빠르게 반영되는 분야로 꼽힌다. 프로젝트 단위의 B2B 수요가 중심인 데다, 발전사업자와 전력회사들이 정책 요건을 직접적으로 고려해 공급망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중심으로 형성됐던 기존 공급 구조에 공백이 발생하고, 이를 대체할 공급자로 한국 기업들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런 흐름은 실제 수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에너지 기업과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ESS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이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각각 ESS 생산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정책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ESS는 미국에서 수요가 큰 시장인 만큼 국내 3사 모두 미국 기업 수주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ESS는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라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ESS 등 다른 애플리케이션으로 전략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배터리 3사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비중국 공급망 요건을 충족하면서 대규모 생산 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국가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황 연구위원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이 기회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