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기 시작한 AI”…자율주행·선박·로봇, ‘피지컬 AI’로 수렴 [현장+]

“움직이기 시작한 AI”…자율주행·선박·로봇, ‘피지컬 AI’로 수렴 [현장+]

자율주행, 기술 경쟁 넘어 ‘데이터 확보 전쟁’으로 전환
저속·고정노선부터 상용화…현실적 수익 모델 부상
제주, 단순 실증 넘어 ‘데이터 생산 거점’ 가능성

기사승인 2026-03-26 15:21:14
정하욱 라이드플럭스 부대표가 자율주행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수지 기자  
인공지능(AI)이 인식과 판단을 넘어 물리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는 ‘피지컬 AI' 단계로 진입하면서 자율주행차와 자율운항선박, 로봇 산업이 하나의 흐름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 자체보다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고 학습시키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며, 완전 자율주행보다 저속·고정노선 기반의 현실적 상용화 모델이 먼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6일 제주신화월드에서 열린 ‘피지컬 AI의 진화: 자율주행차, 자율운항선박과 로봇’ 포럼에서는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와 관련된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번 행사는 제13회 국제e모빌리티엑스포의 일환이다. 

데이터가 경쟁력…자율주행 ‘롱테일’이 핵심 과제

이날 포럼에서 발표자들은 자율주행 기술의 본질이 알고리즘이 아닌 데이터에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드물게 발생하는 돌발 상황, 이른바 ‘롱테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실제 주행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정하욱 라이드플럭스 부대표는 “자율주행의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학습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며 “드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이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은 여러 센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고 다양한 판단을 병렬로 수행해야 하는 복합 AI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용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부사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김수지 기자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완전 자율주행보다 현실적인 사업 모델이 먼저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유병용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부사장은 “저속·고정노선·인프라 환경에서는 자율주행 상용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승용차보다 공공 교통 중심 자율주행이 현실적인 시장”이라고 밝혔다.

실제 자율주행 산업은 로보택시와 같은 고난도 영역보다, 셔틀·버스 등 노선 기반 서비스부터 상용화가 진행되는 추세다. 제한된 환경에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 우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율주행 넘어 선박·로봇까지…“데이터 팩토리”가 핵심

자율주행을 넘어 해양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AI와 센서,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 항해하는 시스템으로,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글로벌 규범 정립이 진행 중이다. 

박한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율운항선박은 기술보다 규제와 표준이 더 중요한 산업”이라며 “MASS Code는 AI 기반 운항 체계를 제도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경쟁의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국제표준과 제도 설계 역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지컬 AI의 확산은 결국 데이터 확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로 귀결된다는 점도 강조됐다. 김지윤 마음AI 팀장은 “모델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데이터이며, 데이터 자산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진다”며 “데이터를 생성하고 학습·검증하는 ‘데이터 팩토리’가 핵심 인프라”라고 말했다.
제주가 왜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에 적합한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김수지 기자 

이날 토론에서는 제주가 이러한 데이터 기반 모빌리티 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관광 수요가 높고 다양한 도로 환경을 갖춘 지역 특성상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정하욱 부대표는 “제주는 모빌리티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자율주행 서비스 도입 시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며 “모범적인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병용 부사장 역시 “짧은 거리 이동이 많은 관광지 특성상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제주가 단순 실증 단계를 넘어 데이터 생산과 축적이 이뤄지는 산업 인프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기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단위의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