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보험’ 승부수…카카오페이손보의 단기보험 실험 통할까

‘가벼운 보험’ 승부수…카카오페이손보의 단기보험 실험 통할까

기사승인 2026-04-01 11:00:05
 장영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이사. 

보험은 어렵고 복잡하다. 그래서 대부분 설계사를 통해 가입한다. 이 공식을 흔드는 시도가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간단한 보험은 앱에서 직접 고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시장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출발점은 ‘누구에게 팔 것인가’다.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카카오페이 플랫폼 안에서 이미 활동 중인 이용자를 기준으로 상품을 만든다. 하루 약 650만명이 이용하는 환경에서 생활 패턴과 수요를 반영해 보험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해외여행보험에서 먼저 성과를 냈다. 출시 이후 가입자 500만명을 넘기며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시장을 잠식하기보다 “여행에는 보험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시장 자체를 키웠다는 평가다. 회사는 디지털 보험사의 역할을 ‘경쟁’이 아닌 ‘수요 창출’로 규정한다.
 
단기·장기 함께 가는 ‘투트랙’

보험사의 핵심 수익원은 장기보험이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장기보험 중심으로 쏠리는 전략을 택하지 않았다. 단기보험과 장기보험을 함께 키우는 구조다. 단기보험은 가입이 간편하고 이해가 쉬운 상품으로 대량 판매를 노린다. 해외여행보험, 휴대폰보험이 대표적이다. 반복적인 히트 상품이 이어지면 단기보험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충분한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장기보험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복잡한 특약 대신 특정 연령대와 생활 단계에 맞춘 ‘경량화된 보험’으로 설계한다. 영유아, 초등학생, 2030 건강보험 등 타깃을 세분화해 필요한 보장만 담는다.

이 같은 설계는 이용자 특성에서 출발한다. 주요 이용층인 20~40대는 고액 보장을 전제로 한 높은 보험료에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대신 핵심 보장은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낮추는 구조를 선호한다. 이에 따라 암·뇌·심장질환 등 필수 보장은 유지하되 보험료 부담을 낮춘 상품을 내놓고 있다. 건강보험의 경우 50세 이상 가입을 제한하고 2030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기존 보험사와의 차이는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설계사 중심 구조에서는 보험료가 낮고 단순한 상품의 판매 유인이 떨어진다.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영역이 생기고, 디지털 보험사가 이를 공략하는 구조다. 전체 손해보험 시장(약 130조원대)에서 1%만 확보해도 의미 있는 성과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시장 전체를 뒤집기보다 디지털에 적합한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앱에서 바로 가입하는 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보험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설명이 필요한 복잡한 보험과, 소비자가 스스로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는 간단한 보험이다. 디지털 보험사의 역할은 후자에 있다는 판단이다. 일정 수준의 보험은 앱에서 바로 가입하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다만 특약 구조가 복잡한 장기보험은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완전한 대체가 아니라 역할 분담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경쟁력의 핵심은 플랫폼이다. 전통 보험사는 앱을 만들어도 이용자 유입이 과제지만,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이미 플랫폼 내 이용자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노출할 수 있다. 별도의 유입 비용 없이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구조다. 여기에 내부 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UX·UI를 개선하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외주 중심으로 앱을 운영하는 기존 보험사와 대비된다.

실적도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원수보험료는 19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87% 증가했고, 정기납입 보험료는 54억원으로 260%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수입보험료와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영업적자도 분기마다 축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제는 분명하다. 보험업은 가입자 확대만으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손해율 관리가 핵심이다. 외형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수익성의 질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플랫폼 기반 트래픽과 단기보험 중심 전략이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이어질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디지털 보험사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