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금융 절연” 가계대출 1.5%로 묶고, 다주택자 만기연장 차단

“부동산과 금융 절연” 가계대출 1.5%로 묶고, 다주택자 만기연장 차단

2030년까지 GDP대비 가계대출 비율 80% 밑으로…정책대출 30%→20%
다주택자,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연장 제한
온투업까지 규제망 편입…풍선효과 차단

기사승인 2026-04-01 10:28:21
금융위원회.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더 조이고,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가진 다주택자의 주담대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막는다. 그간 규제 사각지대로 꼽혔던 사업자대출을 전수점검하고,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온투업)도 규제망에 편입해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 끊겠다”…총량 1.5%, 가계부채 80% 목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확정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이 경제 전반의 성장과 활력을 저해한다”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발표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통해 금융이 ‘우리 경제의 대전환’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를 전년 실적 증가율 1.7%보다 낮은 1.5%로 설정했다. 이는 재정경제부가 제시한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 약 4.9%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2030년까지 가계부채·GDP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의 출발점이다.

민간·정책금융 간 역할 분담도 손본다. 정책모기지 등 정책대출 비중을 현행 약 30%에서 2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줄여 민간의 책임을 키우되, 서민·취약차주에 대한 정책 서민금융과 민간 중금리 대출은 예외 물량을 넓혀 총량 규제에 따른 신용 경색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목표 미준수 금융회사에는 지난 실적 초과분을 올해 관리 목표에서 추가 차감하는 등 페널티를 적용한다. 관리 목표를 2배 미만 초과하면 초과액의 100%, 2배 이상 초과하면 110%를 차감하는 등 초과 규모별로 차등적으로 적용한다. 지난해 관리 목표를 430.6% 초과한 새마을금고는 올해 관리 목표를 +0원으로 설정하고, 필요하면 내년 관리 목표에서도 추가 차감할 예정이다.

‘연장 불가’로 방향 튼 다주택 규제…임차인 보호용 예외 장치

이번 대책의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다주택자·임대사업자의 만기연장 제한이다. 정부는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개인·임대사업자가 잡은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여러 예외가 설계됐다. 매도계약이 이미 체결됐거나 어린이집, 준공 후 미분양주택 등 규제 적용이 곤란한 주택은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한다. 

또 임차인이 거주하는 등 불가피한 경우도 만기연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이날 기준으로 유효하게 체결된 임대차계약이 있는 경우 계약 종료일까지 만기연장을 허용한다. 대책 시행 전날인 16일까지 체결되는 묵시적 갱신과, 발표일부터 4개월 이내에 종료되는 임대차계약(7월31일)에 대한 갱신청구권 행사를 하는 경우는 갱신계약의 종료일까지 인정한다.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매물로 내놓도록 토지거래허가제도와도 연동한다. 무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오는 12월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고, 허가일로부터 4개월 안에 취득하면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해주겠다는 것이다. 주담대 전입 의무 역시 임대차 종료일 1개월 후까지 늦춰 실수요자의 매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제도 시행은 4월17일로, 금융권 준비 기간과 차주 상환계획 수립 기간을 고려했다. 발표일(4월1일)과 시행 전일(4월16일) 사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은 종전 규정에 따라 심사한다. 

사업자대출 전수 점검…“용도 외 유용 적발 땐 전 금융권 대출 봉쇄”

정부는 가계대출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돼 온 사업자대출을 ‘정면 돌파’하겠다고 못 박았다. 금융당국과 금융감독원은 2021년 이후 취급된 사업자대출에 대해 용도 외 유용 여부를 전면 점검하고, 적발 시 대출 회수와 수사기관 통보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했다.

이미 2025년 하반기 동안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127건(587억5000만원), 가계대출 약정위반 2982건이 적발돼 회수·제재 조치가 이뤄졌다. 이번 방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용도 외 유용이 확인되면 해당 금융회사의 사업자대출뿐 아니라 전 금융권의 모든 대출(가계대출 포함)에 대한 신규 취급을 일정 기간 막는 방향으로 제재를 강화한다.

국세청도 자금조달계획서를 활용해 사업자대출로 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를 추출, 전수 검증에 나선다. 대출금 유용에 따른 탈세 여부 뿐 아니라 관련 사업체 전반에 대한 탈루 실태를 종합 점검하고, 다만 사전에 자발 상환과 수정신고를 한 경우에는 검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가산세를 감면하는 ‘자진 시정’ 통로를 열어둔다.

온투업까지 규제망 편입…풍선효과 차단

그간 비교적 규제가 느슨했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에도 강화된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지금까지 온투업은 업계 자율규제로 주담대 한도 6억 원만 운영해왔지만, 앞으로는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규제지역 LTV 40%, 비규제지역 LTV 70%를 적용받는다.

주택가격별 대출 한도도 세분화된다. 주택가격 15억원 이하는 최대 6억원까지, 15억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까지로 줄어든다. 이주비 대출은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최대 6억원까지 허용하고, 중도금 대출은 한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실수요 공백을 최소화하려 했다.

온투업 규제는 행정지도 형태로 4월2일부터 곧바로 시행된다. 금융위는 온투업으로의 풍선효과를 사전에 차단해, 자금이 ‘규제가 덜한 곳’으로만 흘러가는 관행을 끊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 첨단·지역” 자금 대전환 시험대

이번 대책은 지난 연말 금융위가 내놓은 올해부터 달라지는 금융제도와 궤를 같이 한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정책금융 구조 개편 등을 통해 부동산·가계대출 중심의 자금 흐름을 첨단산업·지역·혁신기업으로 돌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가계부채·GDP 비율이 2021년 98.7%를 정점으로 2025년 3분기 89.4%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이번 대책은 다운사이클을 확실히 굳히는 고강도 조치로 평가된다. 

이 위원장은 “‘부동산 투기는 돈이 안 된다’는 원칙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며 향후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DSR 확대, 장기 고정금리 전환 유도 등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