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산업은 포화?…김헌수 보험연구원장 “성숙할수록 더 성장”

국내 보험산업은 포화?…김헌수 보험연구원장 “성숙할수록 더 성장”

기사승인 2026-04-01 17:27:58
김헌수 보험연구원장. 김미현 기자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국내 보험산업도 여전히 성장 여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위험이 계속 등장하는 구조상 보험의 역할과 시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김 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보험연구원 기자간담회에서 “성숙된 나라일수록 보험은 더 성장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험을 단순한 보장 수단이 아니라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규정했다. 투자와 기업 활동은 실패 위험을 전제로 이뤄지는 만큼, 이를 분산·보장하는 장치가 있어야 시장이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사례를 들어 국내 보험산업의 성장 여지도 강조했다. 김 원장은 “미국 보험시장의 성장률은 우리보다 2~3배 수준에 가깝고, 유럽 주요국도 한국보다 높은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라 ‘헬시 그로스(건전한 성장)’를 기반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시장은 거시경제와 인구 구조 측면에서 성장 기반이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보험 수요 측면에서 인구나 경제 여건이 부족한 부분은 있다”면서도 “AI, 피지컬 AI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수록 새로운 위험이 생기고, 이에 따라 보험의 필요성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요양·돌봄 영역에서 활용될 로봇 등 신기술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피지컬 AI가 노인을 돌보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이러한 위험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제조사, 운영기관, 사용자 모두를 아우르는 보험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성장의 전제 조건으로 규제 혁신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원장은 “한국 금융은 역사적으로 보수적인 규제 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다수의 금융법이 포지티브 규제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며 “보험 규제 역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계적으로 치열하게 풀어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실손 적자 해법은 ‘핵심 관리’”…“보이지 않는 변수 중요”

이날 간담회에서는 보험 산업과 관련된 구체적 현안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실손보험 적자 구조와 과잉진료 문제와 관련해 정성희 부원장은 “과잉 진료는 비급여 중에서 몇몇 비급여에 한정돼 있다”며 “소위 10대 비급여만 관리해도 거의 과잉진료를 다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급여 전반이 아닌 특정 항목 중심의 과잉 이용이 손해율 악화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향후 ‘관리급여’ 도입과 5세대 실손보험 구조 개편이 병행될 경우 시장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관리급여는 필수 의료 중심의 급여 체계와 달리, 가격 관리가 필요한 비급여 항목을 별도로 편입해 통제하는 제도다. 정 부원장은 “문제가 되는 비급여가 관리급여로 포함돼 가격이 통제되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험산업의 성장 동력과 제도적 과제에 대한 질문에는 김 원장이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 보험 산업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성장하고, 인구가 늘어나면 보험 수요 역시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전통적 요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위험 인식 수준, 제도 환경, 보험사의 역할 등 ‘보이지 않는 변수’ 역시 성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면 보험에 가입할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며 “유럽과 미국에서 책임보험이 활성화된 것도 위험 인식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제도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제도 개선은 시장 성장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보험사가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필요한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면 충분히 성장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보험연구원은 이날 향후 정책 연구 방향으로 제도 정착과 혁신을 병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새롭게 도입된 회계·건전성 규제가 시장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지 점검하고, 제도 보완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디지털 전환과 AI, 사이버 리스크 확대에 대응해 새로운 보장 영역을 발굴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김 원장은 “소비자가 제도나 소득 제약 때문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품이 있는지 점검하고, 해외에서 활용되는 상품의 국내 도입 가능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