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현실화하자 정부가 원유와 천연가에 대한 위기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이 해협 발 원유 도입이 사실상 멈추면서, 비축유 활용과 대체 수입 확대 등 비상 대응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일 ‘제5차 자원안보협의회’를 주재하고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기존 ‘주의’에서 ‘경계로’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조치는 2월 0시부터 적용된다.
이번 격상은 단순한 선제 대응이 아니라 실제 수급 차질이 확인된 데 따른 조치라는 점에서 이전과 무게가 다르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근거해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운용된다. 위기 심각성과 국민 생활, 국가 경제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령한다.
정부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전 통과한 유조선이 지난달 20일 국내에 도착한 이후, 중동발 원유 도입이 열흘 넘게 중단된 상태다. 중동 지역의 생산 및 수송 시설을 겨냥한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역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 이후에도 현물 구매, 대체 물량 확보를 통해 연말까지는 수급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동아시아 국제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전기요금과 난방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진 점이 이번 경보 상향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위기경보 격상에 맞춰 공급 확보와 수요 억제를 동시에 강화하는 ‘투트랙 대응’에 나선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물량 확보에 집중한다. 물량 확보 가능성이 확인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무관과 코트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웃리치에 나선다. 또 석유공사가 보유한 해외 생산 물량도 국내 도입을 늘릴 계획이다.
비축유는 민간의 대체 원유 선적이 확인될 때 비축유를 제공하고 민간 선적분이 국내 반입 시 상환하는 스와프(SWAP) 방식을 적용해 대체 원유 확보 노력을 촉진한다.
수요 관리도 한층 강화된다. 원유에 대한 ‘주의’ 단계 발령 이후, 지난 달 25일부터 공공분야 의무적 차량 5부제가 시행되고 있다.
기후부는 경보 상향에 맞춰 현행 조치를 강화하고 민간의 에너지 절약을 더욱 촉진하기로 했다. 오는 8일부터 공공기관에는 승용차 2부제(홀짝제)를,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는 승용차 5부제(요일제)를 시행한다. 민간 부문 승용차 5부제(요일제)는 자율 시행을 유지한다. 다만 에너지 수급상황 뿐만 아니라 국민 불편, 경기 영향 등 모든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도 대중교통 이용 촉진과 교통비 부담 경감을 위한 시책을 추진한다. 아울러 천연가스 수요관리를 위해 원전 이용률을 높이고 석탄발전 폐지시기 연장도 검토된다.
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대응도 병행된다. 원유 도입 차질에 따라 수급 영향을 받는 나프타와 석유제품에 대해서도 공급망 관리를 강화해 나간다. 나프타 매점매석 금지와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을 추진하고, 대체 수입에 따른 수입단가 차액 지원을 추경안에 반영(정부안 4695억원)하는 등 해외 물량 도입 지원에 나선다. 석유화학 제품도 필수재 생산 차질이 없도록 수급 점검과 공급망 관리에 만전을 다해 나간다.
민생 안정을 위한 최고가격제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시장감독 조치를 강화한다. 가격동향 및 시장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범부처 합동점검단’ 등을 통해 점검과 단속을 강화하여 위법행위 적발시 무관용 원칙 아래 관련 법령에 따라 엄단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유관기관들도 대응 수위를 높였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석유관리원 등 기관들은 일일 도입 및 수급 동향 점검, 비축유 활용 및 국제공동비축 물량 도입, 석유 유통시장 질서 확립 등 위기경보 단계 ‘경계’ 격상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추진하고, 정부와 유관기관 모두가 더욱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정관 장관은 "정부는 위기 경보 격상에 맞춰 한 단계 높은 대응체계로 전환하겠다“며 ”국민께서도 엄중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하여 줄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