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호황이 만든 숙제…수은, ‘5조’ 된 KAI 지분 매각할까

방산 호황이 만든 숙제…수은, ‘5조’ 된 KAI 지분 매각할까

자본확충 압박 속 KAI 매각 부상…정책금융 ‘실탄’ 확보
정권 따라 흔들린 경영…민간 중심 전환 필요성 대두
빅딜 가능성 열려 있지만…방산 안보·승인 규제 ‘걸림돌’

기사승인 2026-04-03 06:00:08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KAI 제공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정책금융 재원 확충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K-방산 호황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한 만큼, 자산을 현금화해 자본 여력을 키우고 새로운 성장 동력 지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1.5조→5조’로 뛴 KAI, 수은 자본 강화의 ‘열쇠’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수은은 KAI 발행주식의 26.4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과거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수은의 건전성이 악화되자, 정부가 자본 보강을 위해 산업은행이 보유한 KAI 주식을 수은에 현물 출자한 결과다.

최근 KAI 주가는 방산 수출 호조에 힘입어 19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수은의 지분 취득 단가가 주당 6만456원임을 고려하면 평가차익만 3배 이상이다. 취득 당시 약 1조5500억원이던 지분 가치는 현재 약 5조원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 계산으로 매각 시 약 3조원대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금융권에서는 KAI 지분 매각이 수은의 자기자본비율(BIS) 개선과 유동성 확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수은은 KAI 지분을 취득 원가로 평가해 BIS 비율을 산정한다. 이를 시장가에 매각해 현금화하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물론 위험가중자산(RWA)이 줄어 BIS비율이 개선되는 이중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렇게 확충된 자본은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포용적 금융’ 기조를 뒷받침하며,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정책금융 공급 여력을 키우는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AI 지분 매각은 수은의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고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산업에 대한 정책금융 공급 여력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재무적 측면에서 보면 자산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수은의 자본 확충이 시급한 이유는 정책금융의 패러다임이 기존 대출·보증에서 직접 투자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방산 등 국가 전략 산업 지원을 위해 수은이 지분 투자자로 나서면서 자본 소모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직접 투자는 대출 대비 RWA 비중이 높고 자본 회수 기간이 길다.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더라도 대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자기자본이 뒷받침돼야 하는 구조다. 이에 시장에선 KAI 지분 매각이 현실적인 돌파구로 평가받고 있다. 자산 효율화와 자본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안이라는 평가다.

정권마다 흔들린 KAI…지분 매각, 지배구조 해법 될까

지분 매각은 KAI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할 카드로도 거론된다. 수은은 정부가 지분 76.38%를 보유한 국책은행이다. KAI는 수은이 대주주인 구조 탓에 정권 교체기마다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 외풍에 시달려 왔다. 실제로 최근에도 신임 사장 선임까지 약 8개월의 경영 공백이 발생하면서, 수주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KAI 노동조합 역시 지난 2월 유력 내정설이 돌던 군 출신 인사를 겨냥해 “KAI는 낙하산 인사의 휴양소도, 공사 출신의 요양소도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정권에 따라 인사가 좌우되는 구조가 이어지는 한, 낙하산 논란·경영 공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조와 시장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이에 지분 매각을 통해 민간 주도의 경영 체제로 전환될 경우, 낙하산 인사 논란을 해소하고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수은 또한 기업 직접 관리 부담을 덜고 본연의 기능인 정책금융 지원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제2의 한화오션’ 빅딜 가능성…방산 안보 및 독과점 논란은 변수

시장 일각에서는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사례처럼 정책 기조에 따라 매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전임 정부가 출범 초기에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넘기는 ‘빅딜’을 성사시킨 것처럼,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정치 일정에 따라 KAI 매각 시계도 빠르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 매각이 추진된다면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이 유력하다”며 “주관 증권사가 적절한 매수자를 물색해 연결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은 역시 매각 논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수은 관계자는 “현재로선 매각 계획이 없다”면서도 “향후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KAI의 경영전략과 시장 상황을 함께 검토해 정부와 협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과거 KAI 민영화 시도는 민간 기업의 인수 의지가 강력했지만 특혜 시비와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며 번번이 좌초됐다. 특히 한국형 전투기(KF-21) 등 핵심 무기 체계를 생산하는 국가 안보 자산인 만큼, 민영화 시 정부의 통제력과 영향력 변화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방위사업법상 방산기업의 경영 지배권 변동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한 점도 변수다. 정부와 방위사업청, 군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분 매각에 일정한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민간 입장에선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지만, 정부 입장에선 국가 안보·산업정책과 직결된 사안이라 충분한 협의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