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선 터널 붕괴, 설계·시공·감리 ‘총체적 부실’

신안산선 터널 붕괴, 설계·시공·감리 ‘총체적 부실’

기사승인 2026-04-02 14:32:54
지난해 4월14일 경기 광명시 양지사거리 인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4월 경기 광명시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5-2공구 투아치(2arch) 터널 붕괴 사고는 설계·시공·감리 전 과정에서 기본 원칙이 무시된 사고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토교통부와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해 4월11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에서 발생한 해당 사고의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는 상부 도로가 붕괴되며 포스코이앤씨 소속 근로자 1명이 숨지고, 하청업체 굴착기 기사 1명이 크게 다쳤다.

사조위는 이번 사고가 설계·시공·감리 단계 전반에 걸친 복합적인 문제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설계 단계에서는 하중 계산 오류로 인해 투아치 터널의 핵심 구조물인 중앙기둥의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 여기에 부적절한 시공 관리가 더해지면서 중앙기둥과 터널이 붕괴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중앙기둥 설계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가 확인됐다. 원래 3m 간격으로 설치해야 할 기둥을 간격 없이 연속된 구조물처럼 잘못 가정해 하중을 계산하면서 실제보다 약 2.5배 낮게 산정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중앙기둥의 버티는 힘이 부족해졌다. 또한 실제 길이 4.72m인 기둥을 0.335m로 설계하는 오류도 있었다.

설계 감리를 맡은 대한콘설탄트와 동일기술공사는 해당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고, 그 결과 구조적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가 유지됐다.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서희건설, 시공 감리사인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삼보기술단·서현 역시 착공 전 설계도서를 검토했지만 해당 오류를 확인하지 못했다.

또한 2024년 9월 시공 단계에서 중앙터널 폭을 확대하는 설계 변경이 있었음에도, 기존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채 중앙기둥의 제원과 철근량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사고 구간 내 단층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도 확인됐다. 특히 터널 굴착 과정에서 지반 분야 기술인이 1m마다 막장(굴착면 끝부분)을 직접 관찰해야 했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이를 사진 확인으로 대체했다. 안전관리계획상 실무경력 5년 이상의 고급기술자가 관찰해야 했음에도 자격 미달 인력이 투입된 사실도 드러났다.

중앙기둥 균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둥을 부직포로 감싸면서, 콘크리트 균열이나 변형 등 붕괴 전조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도서에 명시된 터널 시공 순서를 변경하면서도 시공감리단장의 승인만 받았을 뿐, 구조적 안전성에 대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 공유해 유사 사고의 재발 방지와 현장 안전관리 강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설계 과실과 시공·감리 부실이 확인된 관련 업체들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추진하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공해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협조할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조사 결과와 제시된 의견을 적극 반영해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며 “신안산선 전 구간을 포함한 모든 유사 공정에 대해 국내외 안전·구조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객관적 점검을 실시하고 고위험 공정 통제 기준 강화, 작업중지권 실질적 확대, 현장중심 안전관리 체계 재정비 등을 통해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안전 확인 절차를 보다 면밀히 운영하고 이러한 안전 대책을 준공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운영·보완하는 것은 물론, 개통 이후에도 국민께서 안심하실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