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유사한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명령 제도 역시 절반가량이 기각되거나 취하되는 등 실효성이 낮다. 이에 실질적 범죄 예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31일 본회의에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은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90일 이내 법원에 직접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개정은 스토킹 범죄 대응이 지연되거나 미흡해 강력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추진됐다. 지난달 경기 남양주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사건을 비롯해, 접근금지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수사기관 단계에서 막히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로 인해 피해자가 직접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개정안의 피해자보호명령은 가정폭력처벌법 관련 제도를 사실상 그대로 차용한 구조다. 가해자에 대한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조치를 법원이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사건조사관을 통해 결정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는 방식 역시 기존 제도와 유사하다.
문제는 이 같은 ‘복제형 모델’이 이미 가정폭력 분야에서 충분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4년 피해자보호명령 인용률은 약 41%, 2023년은 약 44%로 모두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제도가 실제 피해자 보호로 이어지는 수준은 제한적인 것이다.
남양주 사건 역시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사건 가해자에게는 이미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3호가 내려진 상태였다. 잠정조치 1호는 서면 경고, 2호는 피해자와 주거지 등에 대한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는 전화·문자·이메일 등 전기통신 접근금지를 의미한다. 이번 개정안의 보호명령 역시 이러한 조치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피해자가 직접 신청할 수 있게 된 점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호명령이 접근금지와 연락금지에 한정돼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 등 강력한 수단이 빠져 있다”며 “기간 역시 짧아 장기적인 보호수단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제도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형사 고소 이후에만 신청할 수 있는 구조라 선제적 보호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또 “접근금지 중심의 조치만으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완전한 분리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도 지목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가정폭력처벌법 피해자보호명령도 실효성이 낮은데, 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대상 폭력을 구조적으로 보지 않는 성차별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유사한 대책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