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두근거려요”…문턱 낮춘 ‘장애인 친화미용실’

“배가 두근거려요”…문턱 낮춘 ‘장애인 친화미용실’

지난달 19일 문 연 강서구 장애인 친화미용실 ‘헤어포유’
휠체어 이동부터 맞춤 시술까지…이용자 중심 설계 돋보여

기사승인 2026-04-05 06:00:05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장애인 친화미용실 ‘헤어포유’에서 홍승아(10)양이 파마 시술을 받으며 양팔을 벌린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서지영 기자

“저 기억하죠?”

미용사 질문에 모용원(38·남)씨는 잠시 뜸 들이다가 “오케이!”라고 답했다.

3일 오후 2시, 다운증후군이 있는 모씨는 머리를 자르기 위해 3주 만에 ‘헤어포유’를 찾았다. 헤어포유는 서울 강서구 어울림플라자 안에 있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다. 어울림플라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전국 최초 무장애 복지·문화 복합공간으로, 지난달 문을 열었다.

모씨는 본격적인 커트를 위해 목에 천을 두르고 의자에 앉았다. 커트는 샴푸를 포함해 약 1시간이 소요된다. 가격은 6000원이다. 30년 경력의 미용사가 가위를 움직이는 동안 모씨는 차분히 자리를 지켰다. 낯을 가리던 그는 커트가 끝나자 “머리 멋지네!”라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 강서구 장애인 친화미용실 ‘헤어포유’에 비치된 샴푸 의자 조절용 리모컨. 서지영 기자

이어진 샴푸 과정에서 별도 이동은 필요 없다. 의자가 회전하고 상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용사는 오른손으로 모씨 머리를 받치고, 왼손으로 의자 리모컨을 조작했다. “내려가요”라는 말과 함께 의자가 움직이자 모씨는 “오, 좋은데!”라고 반응했다. 편안한 자세가 맞춰지자 곧 샴푸가 시작됐다.

‘만능’ 의자 옆 시술 칸에는 의자가 없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전용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빈 공간 앞에는 두피 진단 기기가 놓여 있다. 이어진 공간에는 장애인 이동 보조기기인 ‘호이스트’와 전동보장구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호이스트는 휠체어 이용자가 샴푸 의자로 이동할 때 사용하는 장비다.

모씨의 커트가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파마 시술이 한창이었다. 주인공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홍승아(10)양이다. 온몸을 덮는 천을 두른 채 앉은 승아양은 연신 밝은 미소를 지었다. 파마를 좋아하지만 시술은 2년 만이다. 머리카락이 얇아 쉽게 상하는 탓에 이번에야 겨우 기회를 얻었다.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장애인 친화미용실 ‘헤어포유’에서 모용원(38·남)씨가 커트 후 이동 없이 샴푸 서비스를 받고 있다. 서지영 기자

파마는 샴푸를 포함해 보통 2~3시간이 걸린다. 이용자 상태에 따라 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일반 파마는 1만9000원, 열 파마는 3만9000원, 염색은 1만5000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50% 할인된다.

어머니 남궁선(44)씨는 “아이가 오늘 학교 가기 전부터 파마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며 “이곳으로 오는 길에 ‘배가 두근거린다’고 할 정도로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방문했고, 주변에 자폐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관심이 많아 후기를 잘 전해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17평 규모의 미용실은 예약 손님들로 붐볐다. 헤어포유는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이용을 위해서는 강서구 등록장애인 여부 확인을 위한 복지카드 인증이 필요하다. 예약은 온라인으로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현장 방문을 통해 이뤄진다. 이용은 월 1회로 제한된다. 운영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장애인 친화미용실 ‘헤어포유’에서 사회복지사 이순화(52·여)씨가 장애인 이동 보조기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휠체어 이용자는 이 기기를 통해 샴푸 의자로 이동할 수 있다. 서지영 기자

미용실에는 사회복지사 1명과 미용사 2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시범운영 단계부터 현장에 투입돼 일해 왔다. 앞서 강서뇌성마비복지관에서 장애인 인식 개선 관련 교육을 받았다. 해당 복지관은 강서구청 위탁을 받아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14년 경력의 미용사 이정옥(51·여)씨는 “일반 시술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려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분 한분에 맞춰 응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쌓였고, 이젠 어떤 손님을 만나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언급했다.

10년간 운영하던 개인 미용실을 접고 이곳에 합류한 이영란씨는 “일을 하며 정말 배우는 게 많다”며, 시각장애 아동이 기쁨을 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본 때를 인상 깊은 순간으로 꼽았다. 이어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감동적인 순간이 많다”고 전했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