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꿈의 소재 페로브스카이트, 빛과 반응하는 찰나 ‘순간포착’

[쿠키과학] 꿈의 소재 페로브스카이트, 빛과 반응하는 찰나 ‘순간포착’

IBS-고려대, 나노물질 초고속 동역학 변화 포착기술 개발
차세대 태양전지·LED 소재 분석 연구 새 지평

기사승인 2025-06-12 14:11:58
두 가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물질의 광유도 변화. 위 패널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크리스탈이 보이는 광유도 할로젠 치환 과정의 모식도로, 이 과정에서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 내의 브롬(Br) 대 염소(Cl) 조성 비율이 변하게 된다. 아래 패널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플레이트렛이 분산된 용액이 빛을 받으면 나노플레이트렛들이 서로 뭉치고 응집하여 고차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AI-TA는 이러한 변화가 초고속 순간 흡수 스펙트럼과 전하 운반체의 동역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기 위해 적용됐다. IBS

페로브스카이트 나노물질은 높은 결함 내성과 우수한 광학 특성으로 태양전지와 LED 등 차세대 광전소자 재료로 꼽힌다.

그러나 할로겐 용매나 강한 빛 등의 환경에서 물성이 바뀔 수 있어 페로브스카이트의 광유발 반응을 실시간 정밀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측정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존 초고속 분광기술은 측정 시간이 수십 분~수 시간 소요돼 시료의 화학적 조성이나 구조가 변하는 물질은 관측할 수 없었다.

페로브스카이트 빛 반응 순간포착

기초과학연구원(IBS) 조민행 분자분광학및동력학연구단장과 고려대 물리학과 윤태현 교수 공동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물질의 초고속 동역학 변화를 포착하는 기술을 개발. 물질 내부에서 일어나는 극미세 변화와 전하 생성 및 소멸은 물론 일시적으로 머무는 현상까지 실시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비동기 간섭 계측형 순간흡수분광법(AI-TA)’를 자체 개발했다.

이 기술은 두 개의 정밀한 레이저로 빛에 반응하는 물질을 펨토초(100조분의 1초)부터 수십 분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실제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물질이 빛을 받을 때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구조변화, 전하이동 현상 등 복잡한 물리화학적반응을 이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관찰했다. 

또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입자가 염소 함유 용매 클로로포름과 반응하며 내부 조성이 빠르게 바뀌는 과정을 실시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밴드갭이 넓어지고, 들뜬상태의 전자가 빠르게 이완되는 특성이 함께 나타나는 것도 확인했다.
이 현상은 물질의 성능과 효율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페로브스카이트 나노크리스탈의 광유도 치환 과정에서 일어나는 동역학적 변화. 광주파수 빗살 팀에서는 AI-TA 기법을 이용해 클로로포름에 분산된 페로브스카이트 나노크리스탈의 시분해 순간흡수 스펙트럼을 빠른 시간 안에 얻을 수 있었고(좌측 위), 이를 측정 시간에 따라 분석하여 핫 캐리어와 트랩 형성과 연관된 감쇠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보였고(우측 위), 밴드갭 에너지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였다(좌측 아래). 이는 측정 과정에서 브롬(Br)이 많은 나노크리스탈이 염소(Cl)가 많은 나노입자로 변하면서 일어나는 결과이다(우측 아래). IBS

아울러 연구팀은 나노크기 얇은 판구조 물질들이 빛을 받으며 서로 뭉치는 응집현상을 관찰하고, 이 과정에서 나노판 응집 정도에 따라 들뜬상태의 에너지 손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해 물질의 구조 변화와 광학적 반응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나노플레이트렛의 광유도 응집 과정에서 일어나는 동역학적 변화. IBS

조 단장은 “이번 연구는 물질이 빛을 받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뿐만 아니라 반응 도중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동시에 볼 수 있다”며 “복잡한 나노 세계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AI-TA는 주파수 영역에서 매우 정밀한 측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광주파수 빗살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고, 펨토초 시간척도에서 분자반응을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시분해 분광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IBS 한기림 박사는 “AI-TA는 빛을 포함한 여러 요소에 의해 변질될 수 있는 신소재 물질 및 다양한 화학물질의 동역학을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며 “이번 실험은 AI-TA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첫 번째 시도로, 차세대 광전소자, 양자소자 개발 및 여러 화학반응에 적용될 응용 연구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편,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4.7)’에 온라인 게재됐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