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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부분 일식이 진행된 22일은 원로 천문학자 조경철(80) 박사에게 행운의 날이 아닐 수 없다. 여느 때 같으면 여행 가방을 챙겨 일식이 일어나는 해외로 부리나케 달려가야 했겠지만 이번 만큼은 예외였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2시간30분 가량 진행된 부분 일식을 지켜볼 수 있었다.
“서울 하늘에서는 부분 일식이었지만 중국과 일본, 인도, 네팔 등지에서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 일식이 진행됐지요. 개기 일식을 보기 위해 중국으로 갈까 생각도 했지만 구름이 낀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포기했어요. 그러나 개기일식은 천문학자들에게는 축제와도 같은 행사입니다.”
아시아권 일부 지역에서 6분 이상 계속돼 수많은 사람들을 흥분시킨 개기 일식 현상에 대해 그는 “인간이 태양을 가릴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우주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일식 때 보면 태양의 그림자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광구(光球)라고 합니다. 광구 표면에는 흑점이 나타나는데 많게는 200개까지 보이지요. 흑점은 11.2년 주기로 많고 작음을 반복하는 데 흑점이 많을 때는 지구에 대홍수가 진다든지 정신박약아가 많이 생긴다는 통계적 연구도 있습니다.”
그동안 일식을 연구하기 위해 태국, 터키, 호주, 몽골 등지로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녔던 그는 “현지에서 만난 수많은 과학자들과 더불어 달이 베어 문 태양을 구경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른바 태양을 쫓는 과학자들로 국제천문연맹 소속 태양분과위원회 소속이다.
“국제천문연맹에는 50여개의 분과가 있어요. 예컨대 어두운별분과위원회, 뜨거운별분과위원회 등이 있지요. 태양분과위원회 소속은 약 200명인데 이번에는 개기 일식이 일어난 중국과 인도에 몰려 들었지요. 특히 중국은 500년만에 일어난 개기일식이어서 큰 기대를 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기대만큼의 관측은 하지 못했을 거예요.”
조 박사는 국제천문연맹 내 식(蝕)쌍성분과위원회 소속이어서 태양 관측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육안으로 보는 밤하늘의 별은 대개 하나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별은 쌍을 이루고 있지요. 수천 억 곱하기 수천 억을 다시 수천 억 곱할 정도로 셀 수 없을 정도의 별이 거개는 모두 쌍이에요. 너무 멀리 있어서 쌍이 안보일 뿐이죠. 그러나 망원경을 이용하면 2만여개는 쌍으로 보이지요. 쌍을 이루는 별 가운데 하나가 희미해지곤 하는 데 그게 별끼리 겹쳐지는 식(蝕)현상이에요. 그걸 연구하면 별의 크기, 질량 등을 알 수 있어요. 식쌍성을 연구하면 지구와 그 별의 거리를 알 수 있지요.”
개기 일식이 인류에게 제공하는 과학적 정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흑점 주위의
밝은 반점인 플레아의 양이다. 이게 지구까지 광속으로 날아와 통신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일식은 단순한 우주쇼가 아니라 태양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허용하는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조 박사는 “태양의 구조는 개기 일식이 아니면 접근할 수 없을 정도의 완전한 미스테리”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철훈 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