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24년이 흐른 2008년, 그는 일본 아이치현 니시오중학교 영어교사로 임용되었다. 두 팔이 없는 신출내기 영어 교사의 이름은 고지마 유지(29). 그가 컴퓨터 자판을 발가락으로 두드려 ‘발로 이루는 꿈’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사람들은 자주 ‘장애를 극복하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라고들 하는데 ‘극복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만약 장애를 극복했다면 내게 불편한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손이 자라나지 않는 이상 ‘손이 없다’라는 장애는 극복할 수 없다.”
그의 육성(肉聲)은 이 대목에서 더욱 가치를 발한다. 세상의 동정 어린 시선에 쉽사리 동화되지 않고 자신 만의 잣대로 홀로서기라는 범상치 않은 높이를 훌쩍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아버지는 비장한 얼굴로 내 앞에 숟가락 하나를 놓았다.‘이 숟가락을 오른발 발가락으로 집어서 들어 보거라.’ 들어 보거라…. 물론 나는 알았다고 했다. 그것이 마지막 수단이라는 것을 마음속 어딘가에서 깨달았다. 내 발은 발의 본분에 손의 몫까지 모두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날부터 내 오른발은 숟가락을 들었다.”
그는 모든 일상생활을 발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수영은 물론 나고외국어대학 재학 중 호놀룰루 마라톤에 출전하여 완주했고 뉴질랜드 유학을 계기로 교사의 꿈을 키웠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미국과 캐나다 유학을 거쳐 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교원임용시험에 도전한다. 마침내 2007년, 그는 두 번의 실패 뒤에 합격의 기쁨을 맞는다. 그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지금 당신이 읽는 이 문장도 엄지발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쳐서 쓴 것이라고.”
늘 생글생글한 웃음을 띤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최고 인기 교사다. “자, 모두 두 손을 펼쳐볼래? 그걸 가만히 보면서 들어봐. 너희에겐 건강한 손이 두 개 있어. 하지만 그 손으로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좋지 않은 일을 저지르기도 하지. 만약 너희들 중에 지금까지 그 손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오늘부터라도 괜찮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쓰기 바란다. 소중한 그 손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쓰고 있는, 지금도 신문이나 책을 펼쳐들고 있을, 그리고 커피잔을 들어 입가에 갖다대는, 두 손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두 손은 내 것만이 아니라 남을 도울 수 있는 성스런 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황금여우 출간.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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