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이창호 9단은 14일 대전시 유성구 삼성화재 유성연수원내 특설대국실에서 열린 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8강전에서 중국의 저우루이양(周睿羊) 5단을 맞아 흑으로 286수만에 반집승을 거뒀다.
42km지점까지 뒤지다가 결승점 100미터를 앞두고 뒤집은 마라톤이었다.
이창호는 중국의 18살 신예 저우루이양의 변칙공격에 행마가 꼬이면서 중반까지 필패의 바둑을 만들고 말았다.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약하다는 '이창호 징크스'
그대로였다.
끝내기에서 사소한 실수가 있었지만 끝까지 백의 반집승이 예상되던 순간, 이창호는 상변을 두지 않고 하변 끝내기를 서두른 저우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4집짜리 기민한 흑 247을 두면서 반집 역전에 성공했다.
종국을 눈 앞에 둔 순간에 벌어진 거짓말 같은 뒤집기였다.
나흘 전인 10일 중국리그에서 이세돌을 꺾었던 저우 5단에게는 한국의 쌍두마차 제압을 코앞에 두고 실족한 통한의 패배였다.
지옥문 앞까지 갔다온 이창호는 이로써 3년 만에 삼성화재배 4강 진출에 성공하며 1999년 제4회 대회에 이어 만 10년 만에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1997년∼1999년까지 3년연속 우승했던 이창호는 2006년 대회에서 뤄시허(羅洗河) 9단에게, 2007년에는 창하오(常昊) 9단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었다.
이창호와 8강에 동반 진출했던 박영훈 9단과 허영호 7단은 각각 쿵제(孔杰) 9단과 취진(邱峻) 7단에 패하며 탈락하고 말았다.
한편 '대륙의 1인자' 구리(古力) 9단은 자국 랭킹 2위인 천야오예(陳耀燁)
9단을 힘으로 밀어붙이며 승리해 4강에 합류했다.
이창호는 중국랭킹 14위인 취진과 결승진출을 다툰다.
3판2선승제로 열리는 준결승은 11월 2일부터 5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지난 대회까지 2년 연속 우승했던 이세돌 9단은 장기 휴직으로 불참했다.
우승상금은 2억5천만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