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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삼국지 기행-부제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성안당, 520쪽)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이 책은 한글을 아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읽었을 ‘삼국지’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평단의 화제작으로 등장했다.
저자인 허우범(사진)씨는 인하대 홍보계장으로 이 대학 국어국문학과 출신이다. 그는 “소설 삼국지는 그야말로 역사적 사실과는 상당히 다른 허구적인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그는 저자서문에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삼국지’에 비해 ‘삼국지연의’는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적 사실에다 허구를 덧입혔다. 전혀 상관없는 인물과 사건을 일치시킨다거나 사건의 일부를 다른 사건으로 꾸미는 것도 수준급이다. 그래서 지금 중원에는 역사와 소설의 명장면들을 대표하는 유적지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이 책은 그 무대를 수십 차례 누비며 ‘삼국지’의 영웅들을 만난 기록이다. 역사가 소설이 되는 과정에서 ‘중화주의에 이로운 창조 작업’으로 인해 사실이 과장, 확대 또는 재창조되기도 했기에, 그 의미를 꿰뚫어보고 확인하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삼국지’의 무대에서 영웅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한 여정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역사가 된 ‘삼국지’는 중원에서 직접 만나야 제맛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삼국지’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영웅들의 활약에 빠져 밤잠을 설치게 된다. 그리고 평생 그 책의 팬이 되어 영웅 가운데 누군가를 자신과 동일시한다. 『삼국지』는 그만큼 우리의 꿈이고 현실이며 인생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그 ‘삼국지’를 “읽기만” 했다. 영웅들이 뛰놀던 현장에 직접 가서 그들의 숨결과 발자취를 더듬어보고 싶어도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역사적 상상력에 만족했던 것이다”라며 그의 글쓰기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일까? 읽으면 읽을수록 영웅들이 뛰어놀았던 장소에 대한 그리움만 쌓여 갔다. 하지만 ‘삼국지’의 무대, 바로 그곳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도원결의의 무대가 되었던 장비의 고향 탁주, 제갈량이 유비의 삼고초려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융중, 조조가 천하를 호령했던 허창, 중원의 고도 낙양, 그리고 촉한과 운명을 함께 한 성도, 제갈량과 맹획의 “칠종칠금(七縱七擒)” 에피소드가 숨 쉬고 있는 대리와 곤명 등 ‘삼국지’ 마니아들에게는 꿈과 같은 장소들이 역사적 고증과 다양한 현장경험을 통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이 책의 여정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동일한 시간적 흐름에 따라 전개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바로 이 동양고전인 ‘삼국지’의 영웅들이 일세를 풍미한 주요 무대를 발로 뛰고 누비며 그들의 역사적 흔적을 흥미롭게 살핀 지식기행이다. 이제 정사 ‘삼국지’와 팩션(Faction) ‘삼국지연의’가 어우러져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운 중원에서, 우리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영웅들의 흔적을 함께 확인해 보자. 이렇게 자저는 자신의 책안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자칭 최초의 ‘삼국지’ 현장 답사기라는 점이다. 1800년간이나 이어져 온 역사가 말해 주듯이 ‘삼국지’에는 인간사의 흥망성쇠가 웅대한 서사시로 펼쳐져 있다. 또한 이 고전에는 중원의 주인이었던 황가(皇家)의 몰락, 천하를 놓고 다투는 영웅들의 쟁패(爭覇),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인간 군상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너무도 인간적이기에 저항할 수 없이 끌리고, 너무도 영웅적이기에 그들의 성공과 실패에 함께 울고 웃게 된다. 그것이 바로 ‘삼국지’가 담고 있는 매력의 정수다.
저자는 ‘삼국지’의 현장과 유적을 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중국을 수십 차례 누비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바로 “‘삼국지’에 미친 사람”. 그 옛날 천하를 놓고 일합을 겨루던 영웅들의 흔적을 찾아가는 동안 그는 숱한 감동과 좌절을 함께 맛봤다. 고전을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유비 삼형제의 자취를 직접 만났을 때는 황홀감이 밀려왔지만, 황제릉이 밭으로 되어 있거나 비석이 담의 일부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절망감마저 느꼈다. 하지만 중원 곳곳에 자리한 삼국시대 유적과 유물들을 하나씩 만나면서, ‘삼국지’를 보다 입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 책은 나관중이 정리한 ‘삼국지’의 현장을 만 7년 동안 둘러보며 정리한, 국내 최초의 ‘삼국지’ 답사기다. 저자가 오랫동안 고민하며 준비한 이 답사기를 따라가는 동안 독자들은 고전의 현장을 두루 누비며 지금까지 읽어 왔던 ‘삼국지’의 감동과 이해를 배가시킬 수 있다.
저자는 주장한다.“‘삼국지’는 아는 만큼 보인다!”. 국내 최초의 ‘삼국지’ 답사기이자, 정사와 연의를 치열하게 비교하며 고증한 이 책을 통해 ‘삼국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감동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 여러 해 동안 수십 번의 답사를 거치면서 담아낸 수천장의 사진 가운데 추려낸 사진자료와 현장 확인을 거쳐 밝혀낸 역사적 진실, 그리고 문학과 역사가 함께 만나는 41장의 공간을 통해 독자들은 고전의 감동을 두고두고 곱씹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지성인 최원식 교수(문학평론가)는 추천사에서 “허우범 군은 내 제자다. 손이 가는 제자가 아니라 제 앞가림은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해 나가는 신통한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해야 할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거드는 대견한 사람이기도 하다. 어느 날 두툼한 원고를 들고 찾아와 추천사를 청했다. 제목은 ‘삼국지 기행’. 풍편에 듣긴 했어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을 정도였나 하고 내심 의아해 했다. 하지만 원고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아, 숨은 고수의 출현을 직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위대한 소설의 징검다리 장면들을 현지탐방을 통해 검증하고, 그것을 역사적 진실에 비춰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이끌어냈다.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것은 ‘삼국지’를 한국인의 눈으로 새로이 해독함으로써, ‘삼국지’ 해석의 또 다른 길을 보여 준 것이다. 진실로 비전문가의 전문성이 빛나는 독특한 삼국지론의 탄생을 축하한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본문 한토막. 관우가 괄골요독한 것은 사실이고 건안 24년(219년)의 일이다. 하지만 관우를 치료한 의사는 화타가 아니었다. 화타는 건안 13년(208년)에 조조에 의해 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국지연의’는 11년 전에 죽은 화타를 왜 살려냈을까? 그것은 물론 관우의 신격화와 관련이 있다. 관우가 한낱 이름조차 미미한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천하의 영웅으로서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 28장에서.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