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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동장군이 본격적으로 찾아와 쌀쌀했던 지난 16일,뮤지컬‘헤드윅’을 연기하는 최재웅씨(30)를 만나기 위해 서울 삼성동 상상아트홀로 향했다. 약속시간보다 20분 늦게 도착한 최씨는 90도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연신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다.
2005년 이후 4년이상 롱런중인 뮤지컬 헤드윅은 트랜스젠더 록가수 헤드윅의 삶과 사랑을 다룬 작품. 최씨는 친구이자 헤드윅 초대주연이었던 배우 조승우의 추천으로 이 역을 맡게 됐다.우연히 맡았지만 이제는 ‘웅드윅’으로 불릴 정도로 헤드윅을 자신만의 연기로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다.근육질의 그가 어떻게 트랜스젠더 가수 역을 멋들어지게 그려낼수 있을까?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답을 알게 됐다.
- 처음에 헤드윅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고 들었어요.
“도망 다녔어요. 하하. 저는 여성스런 외모도 아니고 목소리도 록에 어울리지 않아서 캐릭터가 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재밌네요.”
- 직접 트랜스젠더가 돼보니 어땠나요?
“사실 성향이나 내면 연기는 어색하지 않았어요. 예전에 ‘쓰릴미’란 작품에서도 동성연애자 역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여성미를 표현하는 게 장난이 아니네요.”
이렇게 말하며 그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아주 여성스럽게(?) 손을 포개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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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드윅’은 남성성이 더 강조된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잘 못해서 그래요. 하하. 노력을 했는데 성격상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다르게 가자고 생각했어요.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헤드윅을 표현하기로요. 다르니까 관객들이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 몸매가 웬만한 여성보다 좋던데요.
“허벅지 두꺼운 걸로 유명해서 친한 동료들이 처음에 “네가 그걸 어떻게 하냐?”고 했어요. 그런데 엉덩이가 크고 다리도 두꺼우니까 오히려 허리가 잘록해 보이더라고요. 제 라인이 좀 괜찮죠? 하하.”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자꾸 시선이‘허벅지’로만 향했다. 에프터 스쿨 유이의 ‘꿀벅지’보다 더 섹시하다는 평을 받았다는 소문이.
- 혹시 공연 중에 몸을 더듬는 관객은 없었나요?
“딱 한번 있었어요. 여성관객인 듯한 분이 엉덩이를 만지셨는데 당황스럽더라고요. 어렸을 때 ‘오리궁둥이’라고 놀림 많이 받았는데, 헤드윅에는 도움이 되네요.”
- 단짝 친구 조승우는 떴는데 배 안 아파요?
“저는 늦게 시작했는데 당연한 거죠. 자랑스러워요. 그래도 부럽긴 하더라고요.”
실제로 ‘조승우’와는 경기도 계원예고 동창으로 어렸을 때부터 함께해 정말 각별하다고 했다. 조승우에 대한 그의 진심이 그대로 전해졌다.그에게는 2009년이 유난히 바쁜 해였다.헤드윅역을 맡기전에 자신의 첫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출연, 영화평론가협회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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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데뷔하자마자 신인상을 받았어요.
“그러게요 민망하게.뮤지컬은 언제 받나?”
- 뮤지컬과 영화 중 어떤 게 더 매력적인가요?
“다 매력은 있는데, 뮤지컬은 고등학교 때부터 해서 생활이 됐고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 좀 민망했어요. 카메라를 들이대서.하지만 재밌었어요. 또 제의가 들어와야 할 텐데.”
- ‘루저’는 아닌 것 같아요.
“아니에요, 저 루저에요. 177cm니까. 키 높이 구두 신어서 그래요. 하하.”
의자에 앉아있다 갑자기 다리를 번쩍 들어 보여준 그의 신발은 굽이 족히 3~4cm정도는 돼보였다. 완벽해 보이는 그도 ‘루저’가 되긴 싫었던 모양이다.
- 아직 ‘웅드윅’을 못 본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웅드윅이라고 불리는 것은 아직 이르고요. 일단 뮤지컬 헤드윅은 관객의 입장에서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에요. 처음에 그 소통이 안돼서 당황했는데요. 오늘부터는 잘할게요. 하하.”
공연에서는 너무나 진지해서 슬퍼 보이기까지 하는 배우 최재웅. 그러나 인터뷰 도중 장난을 치며 해맑게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개구쟁이 소년이었다. 목을 풀기 위해 무대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당차지만 마음이 여린 여자 헤드윅이 보이는 듯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인턴 정민우 기자 jeongmw12@naver.com,사진= 라인석 사진작가 및 공연기획사 쇼노트 제공
(인턴제휴 아나운서 아카데미 '아나레슨'http://www.analess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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