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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아시아 전역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믿었다. 사상 최초로 중국 마카오에서 개최하는 기획 의도도 좋았다. 대규모 자본이 투자됐다. 하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8일 열린 2010 엠넷아시아뮤직어워즈(Mnet Asia Music Awards·이하 MAMA)의 슬픈 자화상이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 생방송 될 정도로 화제를 모은 MAMA는 대체 왜 망가졌을까.
△시상식 여는 것 자체가 무리=MAMA의 전신은 1999년부터 시작한 MKMF(Mnet KM Music Festival)로 거슬러 올라간다. 케이블 채널 엠넷은 지상파 가요 시상식과 차별성을 갖겠다는 의도로 뮤직비디오를 대상으로 한 MKMF를 기획했다. 가수의 신곡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에 관심이 많았던 시기라 가요 팬들은 MKMF에 환호했다. 무엇보다 지상파 가요 시상식의 단순한 히트곡 메들리를 넘어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꾸민 특집 무대가 찬사를 받았다. 당장 가수들이 ‘나만의 무대’를 연출할 수 있다는 포만감으로 MKMF에 높은 점수를 줬다.
비록 지상파 가요 시상식의 영향력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MKMF는 계속 자생력을 가지고 발전했다. 뮤직비디오에 무게 중심을 두던 MKMF에 변화의 움직임은 대기업 CJ 엔터테인먼트(이하 CJ)의 자본력과 한류 열풍으로 시작됐다. CJ는 엠넷 인수와 더불어 케이블 채널 수십 곳을 인수했다. 지상파에 맞설 수 있는 공룡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출현이었다. 때마침 아시아 전역에는 한류 열풍이 불었다. 국내 가수가 일본과 중국을 강타했다. 아시아 중심에 설 수 있는 뭔가 크고 대단한 기획이 필요했다. 시상식은 매력적인 상품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지난해 처음 선을 보인 MAMA는 이런 분위기 속에 탄생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우뚝 서고 싶은 CJ의 야심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MAMA는 태생적으로 약점이 많았다. MAMA를 주최하는 엠넷은 모기업인 CJ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대형 연예기획사를 보유하고 있다. 가요 시상식을 주최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다. 여기에 엠넷은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JYP 엔터테인먼트(이하 JYP)와 전략적 사업 파트너다. YG는 2008년 자사의 음반과 음웜을 독점 유통하는 계약을 엠넷과 맺었다. JYP 또한 올해 8월 엠넷과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제휴를 맺었다. YG와 JYP의 앨범에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는 엠넷에 돌아간다. MAMA을 투명하고 공정한 시상식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SM “공정성 갖추고 연락해”=28일 열린 MAMA는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불참 아래 YG와 JYP에 총 16개의 상을 건넸다. 전체 시상 부문이 31개인 것을 감안하면 YG와 JYP의 대형 합동 콘서트로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명칭은 엄연히 시상식인데 시상식의 권위는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심사 기준이 모호하고 외부에 점수가 공개되지도 않는다. 심사 위원이 독립적으로 채점을 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이렇다 보니 YG와 JYP 소속 가수들을 응원하는 팬덤은 MAMA를 시상식으로 바라보고 다른 팬덤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단순히 큰 공연 정도로 치부한다. 아시아 최고의 시상식을 꿈꿈다는 MAMA의 현 주소다.
물론 이런 상황은 SM이 촉발시킨 부분이 없지 않다. SM은 지난해부터 MAMA에 참여하지 않았다. 보아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을 보유하고 있는 SM의 불참은 MAMA를 ‘반쪽 시상식’으로 불리게 했다. SM의 입장은 확고하다. 엠넷의 음반 및 음원 집계, 가요 프로그램 순위, MAMA에 이르기까지 공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MAMA 당시 SM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동방신기 3인이 출연한 것도 SM의 심기를 불편케 했다.
엠넷은 비록 케이블 채널이지만 수십 개의 케이블 채널을 소규하고 있는 CJ가 모기업이다. 현재 CJ는 가요계 뿐만 아니라 영화계와 방송계에 이르기까지 지상파 못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SM이 엠넷과 세우는 대립각은 자연스럽게 CJ와 연관된다. MAMA 불참으로 인해 자칫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SM은 무슨 심산일까.
해답은 일본에서 찾았다. 일본 유명 연예주간지 한 관계자는 “과거 한류는 한국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예를 들어 한국 지상파 가요 시상식 대상은 일본 시장 내에서 꽤나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1위의 가수가 온다는 식으로 마케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SM은 이미 일본 내에서 자사 법인이 있고 에이벡스(AVEX)를 비롯한 유수의 대형 연예기획사와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다. 보아와 동방신기 후광으로 얼마든지 SM 소속 가수의 진출이 가능하다. 1위나 상을 받고자 한국 가요 시상식에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MAMA는 지상파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현재 SM 위치 자체가 엠넷의 도움 없이도 국내외서 얼마든지 도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엠넷은 졸지에 SM의 MAMA 참여 여부가 어려운 숙제가 됐다. MAMA로 아시아에서 도약하고 싶은 엠넷이지만 SM의 불참은 ‘반쪽 시상식’, ‘공정성 논란’과 맞닿는다. 이는 반대로 SM의 참여는 MAMA가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다. 물론 서로의 입장 차이로 인해 감정적인 앙금만 계속 남은 상태로 적대적인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시상식 버리고 쇼로 가야=올해 MAMA는 중국 마카오에서 열렸다. 지상파 가요 시상식을 포함, 사상 최초의 해외 기획이다. 막대한 자본이 투자됐지만 국내 반응은 싸늘하기 짝이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가요 팬들은 MAMA를 조롱하고 있다. 공정성을 시비 거는 반응들이 절대 다수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감행된 상황에서 잔치를 벌인 것을 두고도 부정적인 여론이다.
MAMA가 불편하기는 지상파도 마찬가지다. 연예제작자협회의 요청으로 연말 가요 시상식이 사라진 마당에서 MAMA가 유일한 시상식으로 언급되는 것 자체에 반감을 느낀다. 더구나 올해는 MAMA가 일요일에 개최되면서 가수들이 지상파와 엠넷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지상파는 엠넷이 사전에 양해를 전혀 구하지 않고 MAMA 개최해 일대 혼란이 왔다고 생각한다.
MAMA는 가요 팬들의 비판과 지상파의 눈총을 동시에 받는 상황에서 선택을 내려야 한다. 시상식의 권위는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는다. 칸 영화제도 그랬고 그래미상도 그랬다. MAMA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우뚝 설 수 있다. 문제는 MAMA를 주최하는 엠넷의 현재 가요계 위치다. 자체적으로 연예기획사와 관계를 맺고 있고, 유수의 대형 연예기획사와 사업을 벌이는 마당에서 시상식 개최는 공정성 논란만 부추기는 무리수다. 차라리 MKMF의 창의성과 MAMA의 규모를 섞은 MAMF(Mnet Asia Music Festival)는 어떨까. 시상식 형식만 버린다면 아시아 최고의 쇼가 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