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죽다니… 영화작가 죽음에 온라인 '비통'

굶어죽다니… 영화작가 죽음에 온라인 '비통'

기사승인 2011-02-09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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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서른을 갓 넘긴 전도유망한 시나리오 작가가 병마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이했다는 비보에 온라인이 비통함에 잠겼다.


영화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32·여·사진)씨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양 석수동 월셋방에서 사망했다. 젊은 작가의 쓸쓸한 죽음은 일주일이 지난 다음에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최고은 작가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아사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은 컸다.
그는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주세요”라는 간절한 내용의 쪽지를 집 문 앞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가 성명을 발표했고,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문화계 인사는 물론 그녀를 알지 못했던 수많은 네티즌들이 최고은 작가의 안타까운 사연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영화계에 대한 뼈아픈 지적도 놓치지 않았다.

영화노조는 9일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 이웃에게 음식을 부탁하는 쪽지였다니 말문이 막히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누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전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회에 안전망이 없음에 절망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라는 글로 고인을 애도했다.

MBC 신경민 앵커도 “최고은씨의 죽음은 비참하다.
콘텐츠 제작, 유통산업의 어두운 실상이 다시 나타났다. 우리는 밝은쪽 화려함과 한류 등에 열광했지만 이 산업의 건강하고 충실한 성장과 업그레이드에 그리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이번에도 눈물 위에 그냥 흘러가겠죠”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시인의 아내인 고민정 아나운서는 남편이 총각시절 겪었던 생활고를 알기에 최고은 작가에 죽음에 더욱 애통함을 드러냈다. 그는 "최고은 작가의 죽음. 마치 결혼 전 옥탑방에 살던, 지금은 내 동반자가 된 이 사람이 눈을 감은 것만 같아 자꾸 가슴이 아파온다"며 "연애시절 보게 된 그의 시에서 그는 몇 백원이 없어 수 시간을 걸어 집에 갔다고 했다. 그걸 보고 한참을 울었던, 잊고 있었던 그 기억이 자꾸만 떠오른다"고 적었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무명작가와 감독, 음악인을 동정하지 말고 진심으로 따뜻하게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을 적기도 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최근 지병으로 요절한 인디가수의 예를 들며 최 작가의 죽음을 개탄했다. 그는 "달빛요정 이진원씨는 "도토리 싫어", 최고은씨는 "남는 밥 좀 주오"라는 슬픈 유언을 남겼다"며 "단순히 가난한 예술가들의 초상이 아니다. 음원 수익 배분과 시나리오 계약과 같은 구조의 문제. 약자를 갈취하는 틀을 바꾸지 않으면 비극은 계속될 거다"고 지적했다.

탤런트 김여진은 "저보다 어린 여자가, 동료 작가가 ,차가운 방에서 굶어죽었다. 펄쩍펄쩍 뛰어도 계속 눈물이 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정말 잘 모르겠다. 아무리, 어떻게... 왜..무엇이..누구 ,아는 사람 없나요?"라며 어이없는 심경을 적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도 "저, 잘 모르겠습니다. 서른두살의 작가의 죽음, 이렇게까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어도 되는건지. 눈물이 납니다"라고 밝혔다.

한 트위터 이용자(jinida)는 "재능만 착취 당하고 기본적인 생계도 어려운 예술가가 허다한 이 시대에, 책 같지도 않은 에세이집(을) 팬들에게 팔아먹고 명품 휘두르며 외제차 타고 다니는 아이돌을, 88만원 알바인생 아이들이 노예라며 걱정해주고 ATM기계 자처하는 현상은 확실히 기괴하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졸업한 최고은 작가는 2006년 단편 영화 '격정 소나타'로
'제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2009년에는 단편 영화 '꿈꾸는 아이들'의 공동 감독으로 나서 '제3회 대단한 단편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 제작사와 시나리오 계약을 맺었지만 제작까지 이어지지 못해 항상 생활고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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