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당신이 모르던 패션 ① : 멋부리다 얼어죽은 조상님들?

[Style] 당신이 모르던 패션 ① : 멋부리다 얼어죽은 조상님들?

기사승인 2013-01-12 19:41:00

[쿠키 문화] 한겨울이다. 동장군도 자칫하면 얼어 죽을 것 같은 이 추위. 그래도 멋 부릴 사람은 다 부린다더니 길거리 패션들이 이를 증명한다. 영하 14도를 넘나드는 한파에도 핫팬츠에 섹시한 각선미를 내놓은 채 길거리를 지나가는 아가씨들을 보노라면 걱정보다는 경이로움이 앞설 지경이다. 그런 그녀들을 지나치며 혀를 차는 어르신들도 보인다. “요즘 애들은 춥지도 않나.”그러나, 과연 그런 경이로운 이들은 ‘요즘 애들’뿐일까?

19세기 초, 프랑스 나폴레옹(1세) 제정 시대에 들어선 프랑스의 여성 패션은 화려했던 궁정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바로 순수하고 사랑스러움을 강조한 ‘엠파이어 라인 드레스’의 대유행인데,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이 즐겨 입었다는 이 드레스는 아주 얇고 흰 명주 혹은 실크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로맨틱한 엠파이어 라인을 모두가 반겼을까? 아니다. 실제로 이 ‘보일 듯 말 듯’한 패션 덕분에 수많은 여인들의 남편들은 아주 골머리를 앓았다. 가슴을 풍만하게 드러낸 것만 해도 그러한데, 흘러내릴 듯 한 짧은 벌룬 소매와 주름진 장갑, 그리고 그 아래로 하얗게 비치는 속살들은 아주 잠시 즐거웠을지 몰라도, 그것이 자신의 부인이 되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 유행은 비단 젊은 아가씨와 부인들에게만 유행한 것은 아니어서, 나이 든 여인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비극인 것은, 19세기 초는 요즈음보다 평균 4도 정도가 더 추웠다는 사실이다. 한겨울에 얇은 드레스 하나만 입고 다닌다는 것도 어불성설인데, 나이까지 들어서야!

한술 더 뜨는 것은, 그래서 감기에 걸려 콜록대는 귀부인들은 연약하고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존재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한 창백한 피부는 매력적이요, 콜록거리는 모습은 가련한 한 떨기 꽃이라고 한 귀부인을 칭송한 노래까지 있었다 하니 당대의 이 ‘엠파이어 시스루 룩’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

심지어 나중에는 더, 더 연약하고 청순해 보이기 위하여 그 한겨울에 입은 드레스 자락 위에 휴대용 분무기를 가지고 다니며 물까지 뿌려대 촉촉이 젖은 속살을 내보이는 것이 유행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헐벗은 것도 모자라 그 위에 물까지 뿌려 얼어죽기 직전의 상태로 돌아다니다니, 결국 몇몇 귀부인들은 감기가 폐렴으로 발전되어 죽고야 말았다니 그런 ‘조상님’들을 보면서, 과연 요즈음의 어르신들은 뭐라고 말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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