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간·피부·연골 등 장기기증…150명을 살리고 간 택배원

신장·간·피부·연골 등 장기기증…150명을 살리고 간 택배원

기사승인 2013-10-10 16:47:00

[쿠키 건강] 최근 뇌사 상태에 빠진 40대 남성이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떠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또 한 대학병원에서는 장기기증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고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적극 알리기 위해 장기이식 받은 환우들과 직접 주최하는 캠페인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업무 중 심장마비 40대 남성, 인체조직과 장기 기증하고 떠나

10일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이사장 박창일)에 따르면 전남 목포시 택배 사무소에 근무하던 최옥남씨(48·남)씨가 지난 4일 업무 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목포 중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심각한 뇌손상을 입어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고인의 가족은 평소 나눔과 선행에 적극적이었던 고인의 뜻을 따라 9일 인체조직과 장기를 모두 기증했다. 고인이 기증한 장기는 간, 신장, 각막으로 5명의 환자에게 이식됐으며, 이후 뼈, 피부, 연골과 같은 인체조직 또한 기증했다.

인체조직 기증은 사후에 피부, 뼈, 연골, 인대, 건, 혈관, 심장판막 등을 기증하는 것으로 1명의 기증자가 최대 100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생명나눔이다. 최옥남 씨의 인체조직 또한 수십명의 환자들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최옥남씨 부인은 “평소 고인이 기증의 뜻을 밝혔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사실 기증에 동의하기 쉽지 않았다”고 밝히며, “어려운 결정 후 마지막으로 본 남편의 모습이 편안해보여, 동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지막까지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떠난 최옥남 씨의 시신은 화장되어 납골당에 안치될 예정이다.

박창일 이사장은 “인체조직과 장기 기증은 타인을 살리는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선택”이라며, “성실한 삶의 마지막에 생명나눔을 실천하신 고인과 유가족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뇌사자 장기기증 활성화 위해 노력

지난 8일 서울대학교병원 본원 1층 로비에서는 장기 이식을 받은 환우들이 장기기증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환자와 일반인들 앞에 나섰다.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장기기증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고 그 중요성을 적극 알리기 위해 ‘이식환우와 함께 하는 장기기증 캠페인’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병원에서 신장 또는 간을 이식받은 환우들의 모임인 새콩사랑회와 설사랑회 회원 30여명이 내원객들에게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알리고 200여장의 장기기증 서약서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우리는 장기기증을 통해 새 생명을 얻고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됐다”며 “하루하루 애타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에 자발적으로 모였다”며 장기기증 참여를 호소했다.

행사장 한 곳에서는 1988년 국내 최초 간이식 성공, 2008년 국내 최연소(생후 60일) 영아 간이식 성공, 2008년 장기 이식자 및 기증자를 주축으로 결성된 히말라야 생명나눔 원정대의 히말라야 아일랜드 피크(6189m) 등정, 2011년 간이식 1천례 달성 등 간이식팀이 국내 최초로 간이식에 성공한 이래 현재까지 달려온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지난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안규리 서울대병원 장기이식 센터장은 “우리나라 장기이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장기 기증자 수가 적어 많은 환자들이 장기기증을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다”며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는 뇌사자 장기기증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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