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는 줄고 제품은 안 팔리니 영업이익률이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지요. 식품업체들이 가격인상에 앞서 원자재값 운운하면서 명분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품이 안 팔려 이익이 마이너스 나니 가격인상은 불가피했겠지요. 또 MB정부 시절에는 공정위 등이 물가통제를 했지만, 지금의 박근혜정부는 생활물가관리에 대해 MB 때처럼 통제하지 않고 있어요. 좋은 기회잖아요. 이를 놓칠 리 없는 식품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죠.”
최근 오리온 등 식품업체들이 도미노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복수의 식음료업계 관계자들은 스스로 “원자재값 때문에 가격을 인상한다는 업체들의 가격인상이유는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속내를 밝혔다. 정작 가격인상은 원자재 때문이 아니라 제품이 잘 안 팔려 이익이 줄어든 부분을 만회하기 위한 업체들의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가격인상으로 영업이익률을 높여온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MB정부 때보다 박근혜정부 들어 다소 느슨해진 생활물가관리 정책을 틈타 4년 동안 올리지 못한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다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도 이번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이유 중에 하나다. 물론 가격협상 프로세서가 바뀐 것도 한몫을 한다. 예전에는 가격인상이 있을 경우 정부와 협상 후 대형마트에 가격고지가 됐지만, 지금은 정부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일 없이 대형마트와 직접 협상 후 가격을 인상하게 된다. 업체들은 예전처럼 가격인상에 앞서 정부 눈치를 안 봐도 되는 이점이 있다.
딱히 정부가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단체만 고군분투 중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자재값은 오히려 하락했는데, 원자재값 때문에 제품가격을 올렸다는 식품업계의 가격인상 이유가 납득이 안 간다”며 연일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공세에도 식품업체들은 옴짝달싹하지 않고 때리는 대로 맞을 뿐이다. 사실 국제 원당, 밀가루 가격이 소폭 내렸지만, 이를 수입해서 되파는 업체의 가격은 그대로여서 항변할 수도 있건만 항변은커녕 눈치만 살피고 있다. 괜히 나섰다가 비난만 더 거세질뿐더러 수입 업체들이 원자재값을 인상하지 않은 상황에 가격을 올린 터라 문제가 더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체는 이미 가격인상을 고지한 이상 철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입은 모은다. 결국 1000원짜리 한 장으로는 이제 사 먹을 수 있는 과자가 없게 되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50% 가격을 인상했다. 너무 비싸진 초코파이에 대해 원재료값 대비 인상분보다 무려 64배 높게 가격을 인상했다는 소비자단체의 지적만 있었을 뿐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업체들이 갖은 명목으로 값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반감이 크다. 하지만 소비자들과 밀접해있는 소비재이기 때문에 반감은 다소 빨리 사그라질 수 있다. 이물질 이슈만 봐도 새우깡에서 쥐가 나왔지만, 여전히 새우깡은 국민과자로 위상이 높다.
누적되는 가격부담을 안고서라도 먹을 수밖에 없는 소비재이기 때문에 식품업체들의 가격인상은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 어떻게 단숨에 20~50% 가격인상이 말이나 되는가. 최종 소비자를 고려해 이제라도 정부가 비정상화를 정상화로 돌려놓아야 한다./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