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4명이 연기를 펼치는 프리스케이팅은 조별로 6명씩 4조로 진행된다. 쇼트프로그램 1∼6위가 마지막 조인 4조에 배치되고, 나머지 선수들도 성적순으로 6명씩 나뉘어 3∼1조에 차례로 속하게 된다. 각 조 6명의 선수도 추첨을 통해 연기 순서를 정하는데, 김연아는 24번을 뽑아 4조의 마지막인 여섯 번째이자 프리스케이팅 출전자 중에서도 마지막 연기자가 됐다.
이날 김연아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오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는 4조 세 번째인 21번을 뽑았고, 3위에 오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4조 20번을 뽑았다. 개최국 러시아의 ‘샛별’로 기대를 모았으나 쇼트 5위에 그친 율리야 리프니츠카야는 19번을 뽑아 4조 첫 번째로 연기하며, 쇼트에서 충격적인 16위에 머문 아사다 마오는 2조 마지막 순서(12번)로 연기한다. 그리고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박소연은 24명의 연기자 중 맨 처음(1번)으로 나서고, 김해진은 2조 세 번째(9번) 순서를 받았다.
한편 조 추첨이 끝난 이후 쇼트 1~3위에 오른 선수들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다음은 김연아와 코스트너, 소트니코바의 일문일답.
-(김연아에게) 마지막 번호를 뽑았을 때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었는데.
“웜엄 후에 대기시간이 길고 마지막 선수 출전이라는 부담감도 있기 때문에 뽑고 나서 아쉬웠다. 마지막 그룹의 마지막 순서에 연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경험이 많기 때문에 경기력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코스트너에게) 오늘 바로 앞에 리프니츠카야가 연기했다. 러시아 관중의 함성이 컸는데, 신경이 쓰이진 않았나?
“내가 빙상에 올랐을 때 관중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앞 선수가 어떻게 했는지는 몰랐다.”
-(소트니코바에게) 쇼트 끝난 뒤 굉장히 안도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이전의 주니어 챔피언인데, 최근 어떤 기분(리프니츠카야에게 밀린 기분)이었나?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게 돼서 굉장히 기쁘다.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노력했고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
-(코스트너에게)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한 뒤 은퇴를 하려다가 다시 올림픽에 도전하게 됐는데.....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고 더 이상 스케이팅을 못 하겠다는 생각도 든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스케이트를 너무나 사랑한다. 힘든 일을 겪는 동안 내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스케이트를 계속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소트니코바에게) 오늘 러시아 아이스하키 팀이 8강에서 탈락했다. 러시아 국민들의 기대가 커질 것 같다.
“우선 쇼트에서 최대한 잘 하기 위해 노력했고, 큰 실수 없이 끝나서 만족스럽다. 전체적으로 좋았다. 내일 프리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소트니코바에게) 동료인 리프니츠카야가 점프를 뛰다 넘어진 것은 알고 있었나
“나는 율리아의 프로그램 안봐서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른다. 나중에 넘어져다고 들었지만 내일은 잘 할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코스트너에게) 쇼트프로그램을 올림픽 한 달전에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아름답게 스케이팅을 탔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음악(아베마리아)이 내 자신을 감성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뭐랄까 기도하는 마음이다. 제가 그동안 배운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기량에 올라와 이번 경기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 솔직히 맨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겁이 났는데, 경기가 끝나니까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코스트너에게) 올림픽 메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나(코스트너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메달을 따고 싶지만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지 않은가. 그저 이 아름다운 순간을 공유하고 싶다. 프리에서도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연아에게) 너무 자연스럽게 스케이팅을 했다. 압박감은 느끼지 않았나?
“오늘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웜엄 때 다리가 굳어서 점프도 안되고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원래 모든 시합에서 긴장하긴 하지만 오늘은 특히 많이 긴장했다. 웜업 때 트리플 점프를 편안하게 뛸 수 없어서 걱정했는데, 막상 경기에서 잘 해서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한다.”
-(김연아에게)트리플-트리플을 성공시킨 비결은....
“오늘 완전히 제로에서 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웜업하고 대기하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올림픽 준비하는 동안 연습에서 거의 매일 쇼트는 클린했기 때문에 오늘 클린하지 못하면 억울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첫 점프가 잘 된 이후 다른 점프들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김연아에게) 이른 순번에 연기해서 유리했다고 생각하나
“오늘 경기에 나서기 전까지 같이 경쟁자와 한 조가 아니기 때문에 긴장감이 덜 들었다. 그래서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경기를 하다보니까 다른 때와 똑같았다. 다른 선수가 아니라 내 자신이 너무 긴장해서 영향이 있었다.”
-(코스트너에게) 이곳 러시아에 대해 특별한 감흥이 있나
“러시아는 나에게 행운의 나라다. 올 때마다 특별한 기운을 느낀다.”
-(김연아에게) 올림픽 2연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연패에 대한 욕심은 솔직히 없다. 물론 하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지만 그게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2연패에 대한 욕심은 비워뒀다. 오늘은 쇼트 잘했지만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2연패에 대한 부담은 없다.”
-(김연아에게)점수에 대한 불만은 없나
“앞 조에서 해서 불리한 점이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점수라는 것이 룰도 매년 바뀌고 해서 매번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다 끝이 났기 때문에 그런 것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내일만 생각하고 싶다.”
-(세 선수에게) 금메달을 따기 위해 중요한 것은
(리프니츠카야)“제가 세워놓은 목표를 최대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
(김연아)“모든 선수가 그렇듯이 준비한 만큼 보여주는게 가장 중요하다.”
(코스트너)“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김연아에게) 다시 선수로 복귀한 것은 본인의 뜻인가. 한국 또는 평창올림픽 때문에 한 것인가.
“밴쿠버 대회가 선수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빙판에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물론 고민도 많이 했다. 내가 선택했고, 그것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한국에서 4년 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데, 이번에 나와 함께 온 선수들이 그때는 주축이 될 것이다. 이제 갓 시니어 선수가 된 그들에게 올림픽의 경험을 나눠주고 싶다.”
-(코스트너에게) 밴쿠버 대회 이후 은퇴를 생각했는데, 그런 시기를 되돌아보면 어떤가
“당시엔 내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동안 해 온 것에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일이 생겨서 결과보다는 개인적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내 스케이팅을 좀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오늘 내 자신의 최상의 모습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기쁘다.”
소치=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