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은 전염병’ 오해에 건선 환자들만 고통

‘건선은 전염병’ 오해에 건선 환자들만 고통

기사승인 2014-04-01 16:07:00

[쿠키 건강] 직장생활 3년차인 P씨(31)는 어느 날 팔꿈치 주변에 조그맣고 붉은색 발진이 여러 개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음식물을 잘못 먹어 두드러기가 생긴 것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서 하얀 비늘과 같은 피부껍질이 겹겹이 쌓이기 시작했다. 점차 발병 부위가 크게 번지고 환부가 화상 흉터처럼 변하면서 P씨 자신도 주위 시선을 피하게 됐고 급기야 정상적인 대인관계도 힘들어졌다.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을 찾은 P씨는 의사로부터 건선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건선은 초기에 조그맣게 붉은색 발진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진이 동전 또는 손바닥 정도로 커지게 된다. 피부에 각질이 겹겹이 쌓이면 미관상 지저분해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건선 환자들은 수영장, 헬스장 등 공공시설물을 사용하는 데도 제약을 받아 스트레스, 우울증, 대인기피 등 심리적인 고통에 시달릴 수도 있다.

건선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건선 증상으로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0년 15만5305명, 2011년 15만 7109명, 2012년 16만361명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에서 50대까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령이므로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잦은 음주 등이 건선 유발에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선 환자들이 겪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심각하다. 특히 건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피부 전염병으로 오해하는 데 따른 심리적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건선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이 아니다.

하늘마음한의원 대전점 이은영 원장은 “건선은 외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도 아니다”며 “한의학에서는 건선을 인체 면역 시스템의 이상으로 인해 발병하는 질환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체 면역 시스템의 이상은 장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장에 독소가 많이 유입되면 장 내 세균총의 균형이 깨져 장 벽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하고, 이 염증이 심해지면 독소가 체내로 빠르게 유입되는데, 이를 ‘장누수증후군(새는장증후군)’이라고 한다. 장누수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인체로 유입된 독소가 몸 밖으로 신속하게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는데, 축적된 독소는 혈액 순환을 방해하게 되고 영양소가 피부 말단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피부의 면역력이 떨어져 건선 등 각종 피부질환이 발병하게 되는 것이다.

이 원장은 “건선은 전염성 질환이 아니므로 환자 자신이 자괴감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주위 사람들도 건선 환자들과의 접촉을 의식적으로 피할 필요가 없다”며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다면 몸의 면역력을 회복시켜주는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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