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슈추적] 척추관절전문병원 난립 속 과잉의료 논란

[K-이슈추적] 척추관절전문병원 난립 속 과잉의료 논란

기사승인 2014-07-02 07:00:55

[편집자 주]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국민의 건강증진과 올바른 건강생활 정보제공을 위해 ‘K-이슈추적’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쿠키뉴스(K) 기자들이 생생한 보건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K-이슈추적’은 보건의료정책의 평가와 대안마련, 쉬고 재미있는 건강정보 제공, 먹거리 안전모색, 보건의료산업 발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번 기획 연재가 불합리한 보건의료 분야의 관행을 개선하고, 올바른 정책방향 제시와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 되길 바라며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제보 부탁드립니다.

[K-이슈추적] 연재 순서
①척추관절전문병원 난립 속 과잉의료 논란
②동네마다 있는 척추전문병원, 과잉의료 피하려면
③[현장에서] 위기의 전문병원, 신뢰·원칙 내걸고 자발적 노력해야

운동 후 계속되는 무릎통증으로 지역에서 유명한 척추관절전문병원을 찾은 대학생 권모씨. 약물치료로 증상호전을 보이던 그에게 어느날 의사는 완치를 위해서는 수술하는 편이 낫다며 수술을 권유했다. 권씨는 백만원 하는 수술비가 부담이 됐지만 간단한 수술로 완치할 수 있다는 의사 말에 수술을 선택했다. 현재 권씨의 상태는 보행장애로 인해 무릎보조기와 목발 없이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지경이다. 통증이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권씨가 수술 후 걷지 못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척추관절수술공화국, 과잉진료 어떻게 일어나나

앞서 사례에서 수술 후 도리어 보행장애가 생긴 권씨는 자신이 해당 의사로부터 과잉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두 가지 원인을 추측할 수 있다. 우선 통증의 원인에 대해 처음부터 진단이 잘못되었거나 수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권씨는 “수술 전 찍은 MRI 사진을 들고 한 대형병원을 찾았다. 나의 상태를 본 교수는 굳이 수술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을 받게 된 것”이라며 원통함을 호소했다.

권씨의 수술 전 진단명은 ‘장경인대증후군’이었다. 이 증후군은 흔히 과도하게 다리근육을 사용한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양쪽 다리길이가 다르거나 인대가 굳어지는 등 신체적 결함이 있는 경우에도 이같은 임상적 특징을 보이나 대게 잦은 근육사용에 따른 것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권씨처럼 운동이라는 유발인자가 확실한 경우 휴식과 안정을 취하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수술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급성질환일수록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만으로 예후가 좋기 때문에 수술을 권유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씨는 해당 병원을 방문하기 전 온라인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요즘 전문병원마다 환자유치를 위해 잘 관리된 홈페이지가 있다. 이곳에서 온라인 상담을 통해 1차 진단(?)을 받은 권씨는 실제 만난 의사의 수술 권유가 전혀 의심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권씨는 “온라인 상담에서도 수술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고 약물치료를 하며 통증 빈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억지로 수술을 유도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자 병원은 ‘체질의 문제’라며 환자 잘못으로 뒤집어씌웠다”고 말했다.

◇‘하지 않아도 수술’이 늘어나는 배경은

최근 유명한 척추관절전문병원들이 분원을 내며 동네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거주자라면 10km 이내로 전문병원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이에 여러 척추관절전문병원 간의 매출경쟁이 의사들의 수술유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지난 국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척추전문병원이 들어선 2011년, 척추과잉수술로 인한 조정금액은 처음으로 100억원대를 넘어섰다. 특히 2012년 척추과잉수술로 인한 조정금액은 125억9500만원으로, 48억1900만원을 기록한 2009년 조정액의 2.6배 되는 금액이다.

척추관절수술이 많아진 까닭을 두고 ‘고령화에 따른 유병률 증가’가 꼽히고 있지만 인구 10만명당 수술환자가 일본의 7배 된다는 통계는 불필요한 수술이 남발된다는 지적에 힘을 실어준다.

또한 현행 의료법상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의료기관은 3년마다 실시되는 재평가를 통해 ‘재지정’되거나 ‘지정취소’가 될 수 있지만 진료과목별 환자구성비율과 전문의의 비율 등 전문병원으로 갖춰야할 외형적 부분에 대한 평가에 그쳐 사실상 몇 건의 과잉수술이 있어도 문을 닫는 경우는 드물다.

한편 정부도 지난해부터 ‘선별집중심사’라는 이름으로 진료행태개선이 필요한 항목을 선정해 집중심사와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16개 항목 중 하나가 척추수술과 슬관절치환술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급격한 진료비 증가를 보이거나 과잉의료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16개 항목이 선별집중심사를 받는다. 과잉의료가 의심되는 해당질환 병원에 경고메시지를 줌으로써 적정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법 다양한 척추관절질환, 의사-환자 간 소통이 과잉의료 줄여

척추관절질환은 난치성이거나 만성인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치료법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통한 보존적 치료 또는 다양한 외과적 수술법이다. 때문에 만족스런 치료와 치료 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의 종류와 각각의 장단점을 의료진에게 묻고 충분히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잉의료였다고 생각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우선 진료기록부를 확보해야한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환자에게 진료기록부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그 다음 수술한 주치의를 찾아가 치료 후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 물어본다. 병원 측이 대화를 단절하거나 환자의 관리 잘못으로만 돌린다면 전문기관에 도움을 신청해볼 수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는 의심되는 의료사고에 대한 무료상담이 가능하다. 무료상담 후 피해자(환자)의 신청에 따라 사건에 대한 감정단의 사실조사, 인과관계, 과실유무, 후유장애 확인 등 감정업무가 이뤄진다. 단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는 2012년 4월 8일 이후 발생한 의료사고를 대상으로 조정중재를 진행한다. 이전에 발생한 의료사고는 한국소비자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서 관련 사항에 대한 피해구제 상담이 가능하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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