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연기요? 류현진 선수 보고 배웠죠”… 멋진 사내 하정우

[쿠키 人터뷰] “연기요? 류현진 선수 보고 배웠죠”… 멋진 사내 하정우

기사승인 2014-07-17 19:35:55

영화 ‘군도’(감독 윤종빈)를 포스터만 보고 접한 사람이라면 막상 상영관에 들어서서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영화 초반부터 울려 퍼지는 웨스턴 스타일의 OST나, 강렬한 아트워크로 시작되는 배우 소개 등을 보고 나면 그 다음은 기대가 차오른다.


‘오~ 하정우 연기 기대 되는 걸?’

이제는 변신이라는 말을 하기도 쑥스러울 정도로 매번 다른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하정우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났다.

하정우의 변신은 새삼스럽지 않다. 선보이는 작품마다 모두 다른 인물과 색깔을 보여주었다. 10대 초반의 어리숙함과 순진무구한 성격이지만 우직하게 소고기를 다듬는 백정 돌무치는 말할 때마다 췩 소리를 내는 틱장애에서 비롯한 제스처가 버릇이다.

불에 타 죽은 어머니와 여동생을 끌어안고 울 때는 온 얼굴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다 쏟는다. 침을 흘리고 코를 흘리며 한바탕 울고 난 후, 새까만 발바닥으로 벌판을 가로질러 새빨개진 눈으로 원수의 등에 칼을 꽂지만 압도적인 무력의 서얼 조윤(강동원)에게 제압당할 때는 마치 목이 잘리기 직전의 수탉 같다.


“사실 제가 연기한 돌무치의 제스처는 윤종빈 감독에게서 따 온 거예요. 연기할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다 보면 고민을 정말 많이 하게 되죠. 우연히 핸드폰 프로모션 관련해 단편 영화를 찍은 적이 있었는데, 그 영상의 연출을 맡은 이재용 감독님을 그대로 따라해 연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이 감독님이 정말 신기해하고 좋아하시더라고요. 윤 감독의 제스처도 마찬가지예요. 연출자들은 아무래도 자기의 작품을 만들 때 저도 모르게 자신을 반영하게 마련이거든요.”

하정우는 여태껏 윤 감독과 영화를 찍어오며 자신이 맡았던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모두 공유했지만 돌무치는 달랐다. 돌무치의 틱장애는 결국 군도의 크랭크인 당일에서야 윤 감독 앞에 공개됐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베일을 벗은 군도에서 하정우는 완벽한 돌무치 그 자체였다.

이쯤 되면 연기 비결이 궁금할 법도 하다. 우리는 하정우의 연기를 보며 “어떻게 연기를 저렇게 잘 하지”라고 감탄하지는 않는다. 스크린 속의 하정우가 연기를 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정우는 최형배였고, 차헌태였고, 김구남이었다. 하정우가 ‘추격자’에서 맡은 연쇄살인범 지영민을 칭하는 ‘4885’는 이제 하정우의 시그니처 넘버다. 그러나 하정우는 의외로 ‘연기가 가장 쉬웠어요’ 부류의 배우는 아니다.


“최근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의 경기를 보며 ‘정말 잘 던진다’ ‘천재다’라고 감탄했지만, 류현진 선수가 연재하는 칼럼을 우연히 보게 된 이후로는 ‘정말 사람은 다 똑같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연기를 하며 하는 고민들이 그대로 류현진 선수의 칼럼에 녹아 있었죠.”

하정우는 “때로 대사 한 마디를 뱉는 것이 부담스럽다 못해 공포스러울 때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정신적인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하정우는 작품을 하기 전 캐릭터가 담길 자리를 미리 머릿속에 만들어 둔단다.

“‘더 테러 라이브’를 찍기 전에는 하루에 8시간씩 걸었어요. 한강을 따라 4시간을 걷고 그 끝자락에 있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은 다음 도로 걸어오죠. 그리고 그동안 끊임없이 생각을 해요. 캐릭터와 연기에 대해. 그렇게 비운 자리에 연기가 가득 차고 나서야 조금 안심하게 되죠.”

명불허전이다. 군도는 오는 23일 개봉된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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