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가면 백신접종을 장려하는 홍보포스터를 쉽게 볼 수 있다. 대상포진, 자궁경부암, 폐렴 등 다양하다. 질병의 심각성을 강조한 포스터를 보고 있으면 백신접종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수십만 원대의 고가백신이라는 점이다. 또 동네병원에 등장한 지 십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백신이란 점이다.
앞서 열거한 질환들, 대상포진, 자궁경부암, 폐렴 모두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질병이다. 이 위험한 질병을 별다른 수고 없이 따끔한 주사 한 방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현대의학에 감사해야할 일이다. 다만 신통찮은 효과가 과대포장된 것은 아닌지,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접종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백신인지는 좀 더 따져볼 일이다.
일단 HPV 예방백신이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부리는 데는 ‘바이러스 원인설’을 대전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실제 자궁경부암을 앓고 있는 여성들의 상당수는 HPV(Human papillomavirus, 인간 파필로마 바이러스) 100여종 가운데 암을 일으키는 HPV 16형과 18형에 감염돼있다. 이러한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에 착안해 제약사 MSD는 HPV 16형, 18형, 6형, 11형 등 4종의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가다실’을 만들었고 GSK는 HPV 16형과 18형 등 2종을 막는 ‘서바릭스’를 만들었다.
이 백신의 한계는 가장 흔한 형에 대해서만 예방력을 갖는다는 점과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바이러스 감염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 자궁경부암 발병 감소에 기여한 공로가 백신 접종에 있는지, 깨끗한 성관계를 유도하는 콘돔이나 자궁경부암을 잡아내는 진단의학에 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정기검진보다 백신이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만을 믿고 정기적인 자궁 세포검사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이들 백신의 면역 효과 기간이 최대 9.4년에 불과해 11세부터 접종을 권장하는 지금의 가이드라인대로라면 평생 면역을 장담할 수 없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대상포진 예방백신, 조스타박스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시판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에서 위약 대비 효과가 50대에서는 69.8%, 60대 이상에서는 51%에 그쳤다. 일부는 접종하고도 효과를 못 봤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몇몇 의원에 내걸린 포스터에서는 질환의 심각성만을 강조할 뿐 절반에 그치는 효과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본력을 지닌 제약사들이 백신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에볼라도 그렇고, 제어되지 않는 바이러스성 질환이 잊을만 하면 등장해 세계인을 전염병 공포에 떨게 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백신사업을 좋아하는 데는 잠재적으로 확보된 고객층에 있다. 백신은 아픈 사람이 아닌 건강한 사람이 맞는 거다. 이 세상에 아픈 사람보다 건강한 사람이 많다고 가정할 때 백신은 치료제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하게 하는 상품이다.
백신을 의학이 일궈낸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한다. 소아마비, 콜레라, 홍역, 수두 등을 별다른 합병증 없이 물리쳐왔다. 그러나 새로 등장한 백신에 대해서, 특히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백신에 대해 ‘무조건 좋다’ 맹신하는 풍조보다 비용 대비 효과 측면을 따져 보고 운동, 절주, 채소위주 식습관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이켜보는 게 좋다.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