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도민들은 원희룡 지사의 지난 도정 2년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도민들은 특히 원 지사의 인사 정책, 도민과의 소통 등에 낮은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현재 제주도의 이슈로 대두돼 있는 급격한 땅값 상승과 중국 자본의 대거 유입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무엇보다 도민들이 공무원 부패나 비리를 직접 경험한 것으로 응답자가 20%를 넘어 이 문제는 제주도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재확인됐다.
쿠키뉴스 제주취재본부는 출범을 계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 지난 11~12일 제주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원희룡 지사 전반기 도정평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전화(ARS) 방법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3.9%였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다.
이번 여론조사에는 남자(49.8%)와 여자(50.2%)가 거의 절반씩 참여했고, 29세 이하 16.6%, 30대 17.3%, 40대 22.2%, 50대 19.7%, 60세 이상 24.2%로 인구비례가 잘 반영됐다. 그리고 구 제주시, 한림·애월읍·한경·추자면, 구좌·조천읍·우도면, 구 서귀포시, 남원·표선·성산읍, 대정읍·안덕면 등 권역·지역별로 세분화한 조사로 정확성을 높였다.
조사에서는 원 지사의 전반기 임기 2년이 끝나는 시점에서 원 지사의 도정 운영을 얼마나 잘 수행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못 미치는 44.8%가 잘했다고 한 반면, 45.6%는 잘못했다고 답했다.
이는 리얼미터가 지난달 전국 광역단체장을 상대로 조사한 평가에서 기록한 원 지사의 지지도 48.3%보다 3.5%포인트 낮아진 수치이다. 광역단체장 지지도 조사에서 원 지사는 그동안 꾸준히 50%를 상회했으나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한 이후 5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특히 20대의 경우 잘못한다는 응답이 69.5%나 돼 제주도 청년들이 도정에 큰 불만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원 지사에 대한 불만족은 그의 인사정책과 도민 소통도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인사정책의 경우 잘못했다가 46.3%, 잘했다가 38.2%로 나타나 잘못했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높았다. 이는 원 지사가 그간 젊은 피 위주의 탕평 인사를 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주 지역에 깊이 뿌리 내린 특정 인맥 위주의 인사에서 여전히 탈피하지 못했음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민과의 소통도에 관해서도 51.6%가 잘못했다고 응답해 잘했다는 응답 41.1%보다 10.5%포인트나 높았다. 특히 잘못했다고 평가한 사람들 가운데 76%는 원 지사의 도정 운영에도 불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도민과의 소통 정도가 도정 운영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작용함을 뜻한다.
이 시기의 공무원 행정 서비스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읍면동 주민센터 공무원을 비롯한 제주도 공무원들의 행정 서비스에 대해 만족한다는 비율은 49.0%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특히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은 고작 8.7%밖에 안 됐다. 다만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이보다 적은 45.3%로 나타난 것은 유의미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 지사 재임 중 공무원 부패나 비리에 대한 조사결과다. 공무원들의 비리나 부패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23.0%가 그렇다고 응답, 도민 10중 2명 이상이 공무원들의 비리나 부패를 피부로 겪었다는 것이다. 이는 평소 원 지사가 청렴을 크게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선 공무원들에게는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하나 이번 조사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자본을 비롯한 해외자본의 유입과 제주도 땅값 상승에 대해 도민들이 크게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자본 유입에 대해서는 73.6%가, 땅값 상승에 대해서는 82.3%가 반대했다. 외부 시각에서는 자본 유입과 땅값 상승이 제주도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정작 도민들로서는 못마땅하게 본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제주도의 인구 증가에 대한 찬반 여론은 바람직하다 46.6%, 바람직하지 않다 48.0%로 비교적 팽팽했다. 인구 증가가 경제력을 키워 제주도의 가치를 높인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교통난 및 부동산 투기 등 여러 부작용에 따른 부정적 시각이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비슷한 것이다. 그럼에도 부정적 시각이 근소하나마 우세했다.
쿠키뉴스 제주취재본부는 앞으로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항목별로 세밀하게 분석해 이슈별로 보도해나갈 예정이다. 제주=양병하·정수익 기자 suik188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