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간판’이라는 말이 있다. 상점 등에 업종이나 판매상품 등을 적어 눈에 띄게 걸어놓는 표지를 뜻하기도 하지만, 대표할만한 사람이나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식품업계에 있어서 간판은 소비자들이 신용의 척도로 삼는 부분이다.
물엿과 캐러멜색소를 섞은 제품을 100% 홍삼 농축액으로 판매하다 적발된 천호식품은 ‘몰랐다, 나도 피해자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내놓았다.
천호식품은 사건이 불거진 지 하루만인 3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과문을 통해 “한국인삼제품협회 회장과 부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홍삼농축액에서 원산지를 허위로 작성하고 속이고 일부 첨가물을 넣는 등의 부도덕한 행위가 밝혀졌다”고 말했다.
사 측은 홍삼농축액이 입고될 때마다 홍삼 유효성분인 진세노사이드 함량을 검사하고 기준치에 적합한 원료만 사용했다면서, 납품업체에서 당 성분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물질을 미세량 혼입해 육안검사와 성분검사로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이 말은 ‘앞으로도 비슷한 경우가 발생하면 사태가 재발될 수 있다’와 다를 바 없다. 3개월간의 납품기간 동안 한 번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먹는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실수다.
천호식품은 피해를 드러내기보다 문제가 된 물엿과 캐러멜색소가 어느 정도나 함유됐는지, 자사 시스템 상 어디가 미흡해 확인이 불가능했는지를 먼저 알렸어야했다. 그리고 문제가 된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지를 우선해야했다. ‘납품업체가 잘못해서’라는 변명성 사과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소비자들은 천호식품의 간판을 보고 신뢰했다. 신뢰는 제품 구매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한 것은 ‘천호식품에서 만든 제품’이기 때문이다.
천호식품의 간판에는 ‘가짜 홍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됐다. 모두 사 측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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