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성일 기자] 매학기 이어진 교수의 성희롱을 참다못해 한 여대의 학생들은 대학에 이 같은 사실을 고발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상처를 입은 학생들에게 말조심을 시키고 역으로 소송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간절히 도움을 구했던 학생들은 차갑고 고압적인 자세를 거듭 확인하며 무력감을 느꼈다.
피해학생 중 한명은 기자에게 “문제제기를 한 뒤 교수나 대학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게 될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대학은 성희롱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감쌌고, 진상조사 과정에서는 피해학생들을 소외시켰다. 대학 내에서 학생들이 의지할 곳은 없었다. 대학은 또 하나의 가해자였던 셈이다.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사안에 대해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한 대학이 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대학가에서 교수들의 추행 및 희롱 사건은 끊이질 않는다.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교수는 절대적 영향력을 가졌고, 대학의 대처방식은 과거지향적인 상황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피해사례만 늘어갈 뿐이다. 한 대학의 성상담기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교수, 교직원의 발언이나 행동에 의해 수치심을 갖게 된 학생들의 신고나 상담 신청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이런 경우 외부 상담 라인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는 인권을 강조하지만, 정작 학생들의 인권은 희생될 수 있는 일개 사정으로 치부되고 있는 곳이 대학사회다. 성고충상담위원회나 상담센터를 만들었다고 해서 재발이 방지되거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기구의 간판을 내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지속적인 관심과 보완이다. 귀를 기울이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도출한 대안을 홍보하고 실천하는 대학을 찾기 힘든 현실은 다시 제2, 제3의 피해를 낳는다. 손을 내밀고 맞잡는, 그 마땅한 꿈이 너무 늦지 않게 실현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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