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서두름을 경계하는 옛 말은 많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한다’든지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그것이다. 공자도 ‘욕속즉불달’(欲速則不達: 일을 서둘러 공적을 이루려다가 오히려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한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에 대부분 찬성하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007년 348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6470원으로 10년 동안 85.91% 상승했다. 연평균 상승률은 8.5%로, 현재 상승률이 이어진다면 2023년에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도래 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3년이라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지난 27일 ‘전국민주노동총연맹’과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지금 당장 촛불행동’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극단적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최저임금 상승”이라면서 “현 정부가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을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도 인건비 증가로 인한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도 이를 사회적인 흐름으로 인식하고 동조하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성 악화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관련업계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현재에서 1만원까지 3530원이 증가하게 될 경우 편의점·대형마트·자영업자 등은 최대 10.3% 수익감소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눈에 보이는 피해는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수익성 악화’ 정도에서 그치는 기업들과는 달리 영세 자영업자들은 삶과 직결될 정도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배달과 캐셔 등의 이유로 하루 10시간 이상 인력을 운용해야하는 배달 프랜차이즈나 편의점은 한 달 기준 약 170만원의 인건비가 늘어나게 된다.
혹자는 ‘인건비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면 장사를 하지 말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한 번 문제를 되짚을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은 거대 재벌 혹은 재벌과 일하는 사람을 징벌하기 위함이 아닌, 현재 힘겹게 삶을 ‘살아내고’ 있는 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사회적인 열망은 뜨겁다. 그럴수록 머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언제까지 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속도보다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