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책도 없이 시간만 달라는 프랜차이즈協

[기자수첩] 대책도 없이 시간만 달라는 프랜차이즈協

기사승인 2017-07-21 05:00:00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달무리가 지면 다음 날 비가 온다는 말이 있다. 과거 날씨가 중요했던 농경사회에서 조상들이 경험을 통해 얻어낸 지혜다. 지금 프랜차이즈 업계에 폭우가 내리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의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편중된 정보의 균형과 가맹점주 지위와 협상력 제고 등을 골자로 6대 분야 23개 세부과제를 담고 있다.

이밖에 공정위는 치킨과 피자, 제빵, 커피 등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50개사를 선정해 필수품목 관련 정보를 분석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될 경우 직권조사에 나선다.

공정위가 일부 브랜드에서 업계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자 그간 침묵했던 프랜차이즈협회가 사태 진화에 나섰다.

19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정위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기영 협회장은 공정위 대책을 수용하며 건전한 시장 형성을 위해 노력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자정과 변화할 시간을 달라면서 공정위 조사를 연말까지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4대 기업 등 대기업들에게 “스스로 자정할 시간을 주겠다”고 말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날 박 협회장은 회견문을 통해 유독 ‘최근’을 강조했다. 다년간 이어져온 본사와 가맹점간의 정보불균형, 떠넘기기 등을 마치 최근에 발생한 것처럼 선을 그은 셈이다. 차라리 이러한 ‘물타기’의 의도가 있다면 오히려 박 협회장의 말처럼 자정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 협회장은 6대 협회장에 취임하기 전 다년간 수석부회장으로 협회 업무를 수행해왔고 스스로도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프랜차이즈 업계에 비일비재했던 이러한 논란을 누구보다도 잘 알 수밖에 없다. 이러한 면피용 언행은 사죄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빌었지만 사실상 그려진 밑그림은 없었다. 앞서 협회는 갑질논란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윤리경영을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순회교육 등에 그쳤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의 상생시스템이라는 단어는 몇 년 째 실체 없이 표류하고 있다.

폭우가 가맹본부와 가맹점을 두드리고 있다.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자정을 말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을 허투로 흘려보냈다. 물이 불어 넘치는 이 상황에서까지 시간을 달라는 것은 자정보다는 회피의 의도를 의심케 한다.

박 협회장의 말처럼 진정으로 지금의 위기를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정이 아닌 타의에 의한 변화라도 충분히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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