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는 백범 김구의 청년 시절을 상상으로 덧그린 영화다. 민비의 살해범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인을 죽인 후 들어간 인천감옥소에서 김구가 보냈던 세월은 조진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처음에는 역사적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나리오를 고사하기도 했다”며 “연기를 하며 많은 것을 느꼈고, 오히려 얻은 게 정말 많아서 감사했던 작업”이라고 영화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백범 김구 선생은 제가 워낙 존경했던 위인이에요. 그분이 생전에 남겼던 말씀 하나하나를 참 좋아했고, 신조로 삼기도 했죠. 후배들이 제게 힘들다고 연기의 고충을 토로할 때면 ‘흰 눈밭을 걸을 때 한 치의 오차 없이 걸어라. 그게 뒷사람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문자로 보내주기도 했어요. 저도 연기할 때 그 말들이 큰 위로가 됐거든요. 모든 사람들에게 하셨을 말씀이겠지만 저에게 해주시는 말씀 같았어요.”
당초 영화는 김창수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고 김구의 이야기라는 것은 감춘 채로 홍보가 됐다. 그러나 언론시사회 후, ‘대장 김창수’가 백범 김구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며 관객들이 흥미를 보였다. 김창수가 김구의 본명이라는 점은 어찌 보면 영화의 반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우려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진웅은 “오히려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도 ‘대장 김창수’ 시나리오를 받을 때, 건네준 상대에게서 김구 선생님 이야기라는 것을 듣고 봤거든요. 그런데도 읽으면서는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야 ‘아, 맞다. 김구 선생님 이야기였지.’하고 다시금 깨달았죠. 뭐, 영화 ‘명량’도 다들 이순신 장군님 이야기인 거 알고 보셨잖아요. 하하. 스포일러처럼 가린다고 해서 가려지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관객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김창수라는 인물이 누군지 잘 모르시겠죠? 이 인물이 자라서 백범 김구가 된답니다.’ 분명 궁금해하고 재미있어 하실 분들이 계실 거예요.”
영화 속 조진웅은 어김없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미를 돋구는 연기를 한다. 또 하나의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한 만큼, 스스로의 연기를 보는 시선은 어떨까 궁금했다. ‘대장 김창수’는 조진웅 스스로가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임했기 때문에 만족도가 더 높지 않았을까. 그러나 조진웅은 단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영화를 끝내고 나도 항상 비슷한 느낌을 받아요. 뭐랄까, 막차를 놓친 기분이죠.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김구라는 위대한 인물을 연기해놓고 이런 말을 드리기는 뭐하지만 좀 아쉽고요. 어떤 작품을 찍어도 만족하기는 어려워요. 겸손하게 구는 게 아니라 정말로요. 예를 들어서 야구 경기에 비유해 보자면, 야구는 협동 경기잖아요. 어떤 경기는 졌음에도 불구하고 내 플레이만큼은 선수로서 만족스러울 수 있어요. 어떤 경기는 이겼지만 내 플레이는 불만족스럽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항상 저는 제 연기가 불만족스러워요.”
‘대장 김창수’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