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명문 축구클럽(FC) 리버풀이 지도하는 축구교실이 열린다. 하지만 이틀 강습비가 3000만 원이면 과연 몇 명이나 참가할까.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고는 지원서를 쉽게 내밀지 못할 것이다.
SC제일은행이 내달 4~5일 서울 반포동 영국학교에서 고객 자녀를 대상으로 축구교실을 연다. 수업은 리버풀 현직 코치가 가르치고 실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는 25일까지 선착순 60명만 모집한다. 대상은 초등학교 1~3학년이다.
자녀가 운동을 좋아하면 관심을 가질 만 하다. 구단만의 축구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정통 해외파 선수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혜택도 풍성하다. 참가자에게는 유니폼과 선물세트를 증정한다. 축구교실 수료증도 나온다.
하지만 참가 조건이 만만찮다. 8월 이후 3000만 원 이상 신규 예금에 가입하거나 펀드·ELS 등 자산관리상품을 1000만 원 이상 가입한 고객에 한한다. 단 이틀 간 열리는 행사에 드는 ‘비용’치곤 과한 게 사실이다. 통장 잔고가 부족하면 기존 고객이라고 해도 참가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우량고객을 위한 행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상도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만 해당되기 때문에 실제 참가율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현역이 아닌 ‘레전드’라는 이름으로 전직 선수를 데리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석연치 않다. 후원사 띄워주기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SC제일은행 모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리버풀FC 후원사다.
행사 기간 패트릭 베르게르와 블라드미르 스미체르가 방한한다. 베르게르는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스미체르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리버풀에서 뛰었다. 기라성 같은 두 선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외국인 ‘아저씨’ 이상의 존재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다.
은행 측은 상품 유치효과를 누리면서 가족 단위 고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타깃이 한 쪽으로 쏠려 있는 건 아닌 가 싶다. SC제일은행은 리버풀과 연계한 행사를 다수 열었다. 축구교실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고객을 위한 일이라면 ‘다다익선’이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라야 더 칭찬받을 수 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