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모델로 활동을 시작한 배우 홍종현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모델에서 연기자로 전업해 단역부터 조연을 거쳐 주연까지 올라오는 긴 시간이었다. 올해 사전제작으로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에서는 임시완-윤아와 삼각관계를 벌인 끝에 사랑을 쟁취하기도 했다. 한 작품씩 쌓아올린 자신의 10년을 홍종현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9일 서울 압구정로 한 카페에서 만난 홍종현은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활동에 크게 만족해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눈치였다. 홍종현은 차분한 말투로 자신의 지난 10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소에 생일 같은 기념일도 잘 안 챙기는 사람이라서 제가 데뷔 10주년인지도 몰랐어요. 팬들이 얘기해줘서 알았는데 ‘10년이나 했구나’ 싶어 신기했어요.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부터 모델 활동을 했으니까 그만큼 되긴 했더라고요. 이번에 10주년 팬 미팅을 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예전에는 제가 팬이나 대중 분들에게 관심 받고 사랑을 받는 게 감사한 마음만 있었다면, 요즘에는 그 덕분에 든든한 마음이 생긴다는 거예요. 10년 동안 활동을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많지만, 후회는 안 하려고 해요. 이전 작품에서 발견한 아쉬운 점들을 기억해뒀다가, 다음 작품에서 보완하려는 노력을 지금까지 해왔어요. 앞으로 20~30년이 지나도 배우 일을 계속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홍종현은 10년 간 활동의 분기점으로 2010년 방송된 KBS2 ‘정글피쉬2’를 꼽았다. 모델 출신으로 조금씩 연기 경험을 쌓던 그가 ‘정글피쉬2’를 만난 후 배우 활동에 대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게 제일 중요했던 작품은 ‘정글피쉬2’ 같아요. 왜냐하면 그 전에는 단편영화나, 단역 같은 작은 역할을 주로 했거든요. ‘정글피쉬2’에서 처음으로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인물 중 한 명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사실 그 전까지는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확신이 없었어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그 이후에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작품이 ‘정글피쉬2’예요. 당시 감독님이 저에게 애정을 많이 쏟아주셨던 기억이 나요. 감사한 작품이죠.”
배우로 활동하면서 익힌 캐릭터 분석 노하우도 공개했다. 대본에 나타나 있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해 글로 적어두는 것이다. 홍종현은 평소에도 기록을 즐긴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 순간의 기억들을 적어두는 것이 배우로서의 자산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캐릭터에 접근할 때 처음에는 한 발 떨어져서 바라봐요. 그리고 인물 소개나 줄거리에 없는 내용들을 많이 적어요. 어떤 이야기를 하는 작품인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 캐릭터인지를 적어두면 촬영할 때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 캐릭터는 이런 성향이겠다'고 생각만 하는 것과 적는 건 달라요. 촬영을 하다가 캐릭터 해석에 대해 헷갈리는 순간이 와도 처음에 적은 연습장을 보면 해답이 나올 때가 있어요. 평소에도 그날 있었던 일이나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느낀 감정들을 간단하게라도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는 편이에요. 그게 어느 순간부터 제게 중요한 일이 됐어요. 행복한 하루를 보낸 날도 있고, 우울한 일이 일어난 날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게 아깝더라고요. 배우로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기록을 하고 있어요.”
홍종현이 그리는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오히려 30대의 배우 생활이 더 재밌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을 하나씩 끝낼수록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0대 때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제가 뭘 잘하는지, 뭐가 부족한지, 어떤 것에 더 흥미를 느끼고 열심히 하는지를 몰랐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죠. 군대에 가기 전까지도 그렇게 활동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전 30대가 더 기대돼요. 맡을 수 있는 역할도 넓어질 것 같고, 배우 생활이 훨씬 재밌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한 작품씩 할수록 제 고민의 깊이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연기에 대한 제 생각이 조금씩 진지해지고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것들이 계속 쌓이면 30대에 훨씬 더 재미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기대돼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