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쿠키뉴스 주최 ‘국정운영고위과정’에서 국가 안보를 두고 강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정운영고위과정에 참석해 안보를 지키는 방법 등 주제로 발언을 진행했다. 이날 북한의 정치 특징, 안보 유지를 위해 지켜야 할 점 등이 언급됐다.
아래는 김 위원장 강연 전문.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군사기밀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방위원장을 하다 보면 따로 군으로부터 보고받는 시간이 있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 사안들에 대해서는 합참이 보고를 잘 해주고 있다. 국방위원장을 하면서 국방에는 여야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균형을 잘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는 국방위원회에서 4년, 외교통상위원회에서 6년 동안 외교 안보 분야를 맡아왔다. 그러다 보니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경제는 나빠졌다가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안보는 한 번 무너지면 수리할 수 없다. 수리나 리모델링할 수 없는 게 안보다. 안보는 있을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게 상임위 활동의 결론이다.
우주에서 찍은 한반도 사진을 보면 한반도 북쪽에는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평양과 원산 정도만 빛이 있고 나머지는 어둡다. 북한의 전력난이 심각하다. 체제 경쟁에 있어서는 승부가 났다고 볼 수 있다. 오래전 남북 간 경제규모는 40대1이었다. 얼마 전 북한 귀순 병사 몸속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기생충이 발견됐다.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도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복무하는 북한 병사들은 좋은 집안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 얘기를 하는데, 완전히 틀린 얘기다. 풍부한 노동력 아니라, 그들은 환자집단이다. 우리가 앞으로 통일 과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북한 주민의 건강을 원상태로, 우리와 같은 한민족으로서의 건강기준으로 회복시키려면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 것이다.
체제 경쟁에서는 대한민국이 이겼는데 안보문제는 우리가 끌려가는 느낌을 받는다. 이게 속된말로 ‘환장할 노릇’이다. 우리가 매년 43조원 가량의 국방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북한은 단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한반도 안보이슈를 리드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굉장히 포악하지만 아주 스마트하다고 생각한다. 안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끌고 나갈 능력이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게 오늘날 우리 안보의 숙제다.
안보현실에 대해서는 우리가 비관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에서 38분 동안 연설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변명의 시대는 끝났고, 힘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다. 이것이 트럼프의 세계관이다. 안보 면에서는 100% 동의한다. 저는 평화주의자가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나라는 힘이 있는 나라다. 힘이 있는 나라가 전쟁도 일으키지만, 힘이 있는 나라가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안보 면에서는 아주 냉혹한 현실인식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것이 결론이다. 비관적으로 사고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김 노동당위원장에 대해 상식적인 선에서 말씀드리겠다. 얼마 전 이복형인 김정남이 살해됐다.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이다. 북한은 왕조국가이기 때문에 혈통이 중요하다. 그의 친모는 재일동포 출신의 고용희라고 하는 예술단 무용수 출신이다. 친모에 대해 홍보를 할 길이 없다. 과거 지도자들은 생모에 대해 학교 교과서에 실었다. 그런데 고용희에 대해서는 홍보할 수 없었다. 그 결과, 불안심리, 불만, 이복형에 대한 경쟁심리, 질투 등이 김 노동장위원장의 성격을 구성하는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다 보니 아주 돌발적이다. 김정은의 통치스타일은 예측하기 힘들다.
김 노동장위원장이 스위스 유학시절, 통화내용을 추적해보았다. 전부 욕이다. 욕을 생활화 한 사람이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김 노동당위원장의 국정 운영 방식은 농구감독 스타일이다. 별 네 개짜리를 갑자기 별 하나로 떨어뜨리고 죽인다. 또 갑자기 다른 사람 견제를 위해 승진시키기도 한다. 농구 감독들이 선수 넣다 뺐다 하지 않는가. 김 노동장위원장은 고모부 장성택도 처형했다. 이제 타깃은 김한솔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한솔도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고, 삼촌인 김정은에 대해 독재자라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
저는 태영호 북한 공사를 여러 차례 만났다. 태 공사에 대한 경호 수준은 최상급이다. 태 공사 한 번 만나면 일개 소대가 움직인다. 경호원들은 만나는 장소에 하루 전에 와서 동선을 미리 조사한다. 김 노동장위원장의 통치스타일은 공포정치고, 미사일 정치다. 미사일을 아주 좋아한다. 미사일은 특징이 있다. 성공과 실패. 둘로 나뉜다. 성공했을 때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자신이 성공한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미사일은 여러모로 효용성이 많다. 대남공격용도 되고, 북한 주민들 통합용도 된다. 또 대미 외교용도 된다. 북한 정권은 150만 인민군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비용이 없다. 북한 공군은 1년에 15시간도 훈련할 수 없다. 기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 공군은 160일 이상 훈련한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북한의 전력을 유지하고, 전차를 생산하고, 군을 먹이는 등에 쓸 돈이 없다. 차라리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좋은 안보전략이다.
북한 군인들은 자급자족해야 한다. 텃밭 가꾸고, 물고기 잡고, 옥수수 심고 이렇게 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왜 북한 인민들을 더 잘 살게 하기 위한 것에 돈을 쓰지 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핵개발을 하냐고 하는데 김정은 입장에서는 핵개발이 제일 싸게 먹히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안보수단이다. 그리고 핵을 완전하게 개발하면, 그 이후부터는 북한의 모든 군부대를 군수공업을 민수공업 쪽으로 바꿀 것이다. 그게 전략이다. 그렇게 되면 한 손에는 핵을 가지고 있고, 한 손에는 경제도 웬만큼 살게 된다. 아주 능력 있는 지도자로 서는 것이다. 김정은의 목표다. 그것은 김 노동당위원장만의 목표가 아니라 할아버지 때부터의 목표이다. 우리가 이 타이밍을 놓치고, 북한이 한 손에는 핵, 다른 한 손에는 경제까지 발전하게 되면 우리가 계속 끌려가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비관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김 노동장우원장 통치의 또 다른 특징은 사이버 테러 통치다. 지금은 마약, 위조지폐보다는 사이버 해킹을 통한 외화벌이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몇만 명에 달하는 사이버 전사들을 키워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 군 사이버사령부는 적폐 청산을 먼저 해야 한다. 사이버 사령부 잘 지속될까 염려된다. 정치적 댓글 단 건 잘못한 일이지만, 군의 사이버 사령부가 약화될까 봐 굉장히 염려스럽다. 앞으로는 육해공군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지상, 바다, 영해, 공중 우주전과 사이버전이다. 우리가 사이버 공간을 북한에 내어주면 대책이 없다. 그래서 사이버 테러에 대한 정책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 이것은 군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께서 여기에 대해 역점을 둬야 한다.
북한에서 날아오는 무인기를 유도해서 우리가 원하는 장소로 끌어온다. 그 안에 들어간 모든 자료를 받아볼 수 있는 것을 고려 중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사람이 타는 전투기는 조만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전부 무인기다. 왜 사람이 위험하게 폭격기를 직접 타고 조종하겠냐. 그럴 필요가 없다. 로봇, 인공지능을 활용한 폭격기들이 개발 중에 있다. 레이더 기술도 상당히 발전했다. 레이더는 원래 빛이다. 빛은 직선으로 나아간다. 그렇지만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멀리서 오는 항공모함, 멀리서 날아오는 전투기를 잡기 위해서는 빛을 휘어야 한다. 요즘에는 레이더가 우주의 전리층에다 쏜다. 레이저가 반사돼서 레이더 자체가 굴절이 돼서 탐지를 한다.
제가 국방위원장으로서 느낀 것은 북한의 대남 정책은 너무나 뚜렷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걸 향해서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왔다. 한미관계를 느슨하게 만들고, 주한미군 철수시키고, 대남 공산화하고, 이게 북한의 너무나 뚜렷한 목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북정책 목표는 무엇인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한반도 통일인가? 그것을 위해서 우리가 통일 의지를 갖고 전력투구하고 있나. 저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것도 아니면 남북 대화인가. 평창 올림픽에 선수들 참여하는 것인가. 대한민국은 확실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이에 대한 좌표 설정이 불분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계속해서 한미관계 느슨하게 만들려고 하고,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경고도 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결국, 중국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나라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보라. 중국이 이렇게 집요하게 나오는 것은 사드가 중국의 미사일을 탐지해서가 아니다. 한미관계를 약화하는데 가장 좋은 구실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이면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종 목표는 대남적화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이뤄지는 갈등 균형 충돌을 면밀히 봐야한다. 일단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자신들이 경제성장을 충분히 이뤘는데, 거기에 걸맞은 패권,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갖고 싶어 한다.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중국과 미국은 계속해서 부딪힐 수밖에 없다. 우리 한반도의 운명도 그런 미·중 충돌 속에서 살길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간 눈에 보이는 군사적 충돌, 갈등, 긴장관계만 있겠느냐. 그것보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미·중 간 있을 수 있는 장막 뒤 대화다. 이 맥을 못 잡으면 우리는 완전히 당한다.
우리는 쓰라린 경험이 있다. 1905년도 가쓰라-태프트 미국과 일본이 맺은 밀약에 의해 일본은 대한제국을 침략했고, 그걸 미국이 용인했다. 이런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무지해서는 안 된다. 세상 돌아가는 것 모르면 안 된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처럼.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이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임진왜란 후 30년 만에 또 참화를 겪게 되는데 이것도 몰랐다. 청나라가 득세해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명·청 관계를 잘 몰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코리아패싱이 예이다. 우리가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 한다. 지금 트럼프의 생각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지금 시 주석이 생각하는 세계전략을 아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되는가. 우리끼리 코리아패싱 얘기해봐야 허무하다. 미국과 중국이 물밑대화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 있을까? 전직 대통령이 당선된 대통령에게 그때까지 있었던 해외 정상들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 그것을 통해 우리가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외교를 할 수 있다.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 ‘분열’이다. 내부적으로는 토론을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대북정책,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제가 외교·안보에 대해서는 여·야·정 협의체를 꼭 만들어야 한다. 예측 가능한 대북정책을 해야 한다.
또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외교실패다. 외교 잘못하면 나라가 망한다. 힘이 조금 부족할 때는 외교를 통해 안보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고구려, 백제, 신라 중 외교를 가장 잘 한 나라는 신라다. 그 당시 국력은 백제가 가장 셌다고 한다. 그런데 신라는 외교를 잘 하는 김춘추와 통일 의지가 강한 김유신이 함께해서 삼국을 통일했다. 자강도 좋고 자주도 좋고 평화도 좋지만 우리는 외교를 잘 해야 한다. 필요할 때는 전략성 모호성도 유지하고, 우리의 핵심을 건드릴 때는 대차게 싸움도 걸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의 결론은 안보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사고하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이다. 평화는 평화주의자가 지키는 것이 아니라 힘 있는 자가 지킨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