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미청구공사액 줄었다던데…리스크는 '여전'

대형건설사 미청구공사액 줄었다던데…리스크는 '여전'

기사승인 2017-11-21 05:00:00


국내 10대 대형건설사들의 해외 플랜트 미청구공사 금액 규모가 여전히 12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3년간 국내 주택경기 호황으로 수익성이 개선돼 해외 부실을 만회하고 있지만, 해외 사업 재무 악화로 인한 부실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10대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12조4969억원으로 조사됐다.

미청구공사금액은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한 후 원가 상승과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청구받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만일 발주처가 계약서상의 애매한 기준을 근거로 공정비율을 달리 잡거나 납기일을 미루게 되면 공사비가 회계상 손실로 처리돼 재무적인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미청구공사금액을 제때 반영하지 않거나 숨기면서 대규모 '어닝 쇼크'가 발생하기도 했다.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는 2010년~2012년 집중적으로 수주한 저가 사업장에서 주로 발생했다.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공사기간이 지연되고 손실이 누적됐다.

물론 대형건설사들이 '리스크 감소'와 '빚 줄이기'에 나서면서 재무구조는 한층 건전해졌다. 올해 미청구공사 금액은 지난해 말(12조9108억원) 대비 4139억원(3.21%) 줄었다. 다만 전년대비 감소세는 두드러지지만 절대적 수치가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우건설은 작년 플랜트 사업에서 7090억원의 적자를 봤다. GS건설과 대림산업도 1090억원, 718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에 변동은 있지만 이익을 보지 못하는 상황은 최근 3~4년간 이어진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작년말 9480억원에서 올 6월 기준 6340억원으로 6개월새 33.1% 줄였다. 지난 2015년 말 미청구공사가 1조3600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6개월 만에 절반 넘게 줄인 셈이다.

삼성물산은 4300억원이던 미청구공사가 2980억원으로 30.1% 줄었다. 저가로 수주한 사업장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 라빅(Rabigh) 2 IPP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 기준 미청구공사가 730억원이었다. 이 금액을 상반기에 모두 청구했다. UAE 원전 플랜트는 1440억원에서 1100억원으로 감소했다.

GS건설은 9960억원에서 7930억원으로 미청구공사가 감소했다.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 정제소 확장 공사(Refinery Expansion Project PKG-2)에서 발생한 700억원을 모두 털었다. 사우디 라빅 II(CP-3&4) 공사는 61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2014년 수주한 투르크메니스탄 에탄 크래커 프로젝트는 1840억원에서 1150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해 사업을 따낸 알제리 지젤 1600MW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은 820억원에서 340억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공사를 하고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가 많아 건설사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 전체적인 금액이 줄고 있긴 하지만,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잠재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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