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느낌이에요”…아이 눈에 담긴 입춘 [현장 스케치]

“봄이 오는 느낌이에요”…아이 눈에 담긴 입춘 [현장 스케치]

서예가 송현수 “각자의 ‘업(業)’을 일구는 현대인에게도 입춘은 희망”

기사승인 2026-02-04 12:49:39 업데이트 2026-02-04 20:11:50
4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오촌댁에서 송현수 한국서예협회 이사장이 아이들과 함께 ‘입춘대길’과 ‘건양다경’ 입춘첩을 대문에 붙이고 있다. 황인성 기자 

맹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내 야외 전시장 ‘오촌댁’ 앞은 이른 아침임에도 인파로 북적였다. 패딩과 목도리를 두른 관람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24절기의 시작이자 봄의 문턱인 ‘입춘(立春)’을 맞아 입춘첩 쓰기 시연이 열린 현장이었다.

짙은 색 한복 차림의 서예가가 직접 붓을 들어 화선지 위에 ‘입(立)’자를 써 내려가자, 마당에 모인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붓끝으로 향했다. 이윽고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여덟 글자가 힘찬 필치로 완성됐다.

송현수 한국서예협회 이사장이 4일 오전 국립민속박물관 오촌댁에서 입춘을 맞아 ‘입춘대길 건양다경’ 붓글씨를 쓰고 있다. 황인성 기자 

서예가 곁에 앉아 있던 아이 셋은 붓글씨가 완성되는 과정을 신기한 듯 지켜봤다. 붓을 내려놓은 서예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입춘대길, 건양다경’의 의미를 설명했다.

“봄이 오기 시작하면 좋은 일들이 희망처럼 서서히 이뤄지는 길로 간다는 뜻이야. 해가 뜨면 따뜻해지듯, 추운 겨울 지나 고생 많았으니 이제 좋은 일들이 세상에 가득 피어나라는 의미지. 한자가 조금 어렵지?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마음을 담아 써온 글자란다.”

이날 시연 행사에 참여한 강수현(서울 구산초)양은 “붓글씨를 직접 보니 정말 신기했고, 벌써 봄이 오는 느낌이 들었다”며 “새 학기에는 학교생활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입춘첩 붓글씨를 마친 뒤 송현수 한국서예협회 이사장이 오촌댁 마루에 앉아 아이들에게 ‘입춘대길 건양다경’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황인성 기자 

설명을 마친 서예가와 아이들은 오촌댁 대문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물관 관계자가 풀을 바르자, 서예가와 아이들이 함께 대문 양쪽에 ‘입춘대길’과 ‘건양다경’을 나란히 붙였다.

전통적인 농경 사회의 풍습으로 알려진 입춘은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날 입춘첩 시연을 한 문정(文鼎) 송현수 한국서예협회 이사장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입춘을 단순한 ‘농사 절기’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이사장은 “입춘은 힘든 겨울을 보낸 뒤 봄이 왔다는 희망을 품고 한 해를 계획하는 날”이라며 “민속 의식이긴 하지만, 한 해의 길운이 문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 사회가 아닌 현대 사회에서 입춘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땅을 일구는 것만 농사가 아니다. 기업도 연말이 되면 ‘올해 농사 잘 지었다’고 말하지 않나. 공업이든 상업이든, 혹은 기사를 쓰는 일이든 본질은 모두 각자의 ‘업(業)’”이라며 “입춘은 각자의 분야에서 새로운 결실을 위해 씨를 뿌리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날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민속박물관은 4일까지 박물관 로비 안내데스크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입춘첩 선착순 나눔 행사를 진행한다.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입춘첩. 촬영 황인성, 편집 정혜미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