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키워드 포착의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혐오 조형물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도심 속이나 공원, 행사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설치되는 조형물은 그 의미가 제대로 전해질 경우 그에 따른 파급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반대로 시민의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흉물스럽거나, 의도가 불분명한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심유철 기자와 함께 혐오 조형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조형물들을 살펴보고, 왜 그런 조형물 설치를 하는 건지, 또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인지,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는 건지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논란이 되었던 혐오 조형물들. 살펴볼게요. 먼저 최근에 서울 잠실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문제가 되었죠?
심유철 기자 ▷ 네.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 L놀이공원에 전시된 좀비 조형물이 혐오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이 조형물은 공원 측이 11월 5일까지 진행하기로 한 호러 할로윈 2 행사의 일환으로 전시된 건데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행사고요. 주말 밤에는 가짜 피를 묻히고 좀비 분장을 한 연기자들이 돌아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할로윈 행사를 벌였는데요. 조형물 역시 그 중 하나로 기획된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 무서운 행사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싫어하고 꺼려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앞서 영상에 나왔지만, 행사장에는 좀비 고기라는 게 있었다고요?
심유철 기자 ▷ 네. 인간의 신체 모형을 정육점에서 파는 고기처럼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에 담아 비닐 랩으로 포장한 듯 연출한 조형물인데요. 조형물에는 정육점 고기를 본뜬 듯 제품명과 바코드가 찍힌 대형 스티커도 붙어 있고요. 부위명이 쓰인 자리에는 Zombie meat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은 어깨와 등 윗부분을 덮을 정도로 길었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신체에는 고기에 묻은 핏물처럼 빨간 혈흔이 표현돼 있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이야기만 들어도, 뭔가 끔찍한데요. 그에 대해 항의가 들어오고 나서 논란이 된 조형물들은 다 철거한 거죠?
심유철 기자 ▷ 네. 해당 조형물에 불편을 느낀다는 항의가 나오면서 철수했는데요. 관계자는, 할로윈 호러 컨셉트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를 싫어하시는 분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고요. 비슷한 호러 컨셉트의 조형물이 있는 곳에는 안내문을 붙여, 원치 않는 관람으로 놀라는 경우가 없도록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누군가에게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행사였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에는. 특히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을 찾은 경우, 당황스럽고 불쾌했을 것 같은데요. 모두의 입장에 다 맞출 수는 없지만, 그 수위 조절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화제가 된 조형물이 하나 더 있었어요. 인삼 행사장에 설치된 조형물이었죠?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경북 영주지역의 대표 농. 특산물인 인삼을 홍보하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풍기인삼축제장에서 설치된 조형물인데요. 해당 조형물은 남성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남성의 성기 모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놓고 있어 선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또 마치 인삼을 먹으면 남성의 정력에 좋다는 식의 홍보를 하고 있어, 의학적으로도 논란이 일기도 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저도 사진을 봤는데, 좀 당황스럽더라고요. 가족 모두가 찾는 지역 행사장에 그렇게 큰 조형물을 세우다니요. 심지어 움직이기도 하던데. 많은 분들이 그 조형물을 보고 불편해했을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네. 행사장을 찾은 이들 가운데는 남성의 주요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놓은 것, 또 상하로 움직이도록 한 것을 보고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는 반응이 많았고요. 이 사람들 가운데는 인터넷상에 해당 조형물 사진을 올려놓고, 축제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난은 더 거세졌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러면서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이 행사는 매년 개최되는 지역 행사인데, 논란이 된 그 조형물은 올해 처음 설치한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매년 영주 풍기 인삼 축제장에는 유등을 비롯한 조형물이 등장했는데요. 올해는 논란이 된 남성 상징 조형물이 추가된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아마 그 조형물을 보면서, 저걸 왜 만들었을까. 왜 저기에 세워 두었을까. 궁금하셨던 분들 많으실 거예요. 인삼 행사장에 왜 그런 조형물을 세운 건지, 의도가 궁금해요.
심유철 기자 ▷ 영주 풍기 인삼 축제 조직 위원회 관계자는, 단지 인삼 효능을 강조하려는 의미에서 조형물을 설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성적인 의도를 갖고 만든 것은 아니라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주최 측의 입장은 그렇지만, 의학적인 효능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잖아요. 인삼의 효능 자체를 남성에게만 부각시키는 것도 문제고, 또 실제 조형물에서처럼 그러한 효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고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죠. 두 가지 면에서 모두 논란이 이어지자, 행사 주최 측은 그 조형물을 일단 철거했는데요. 하지만 혈세 낭비라는 지적에 대해, 아직 정확한 책임이나 입장은 내어 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 지적은 피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단기간동안 전시하는 조형물도 문제가 되지만, 도시를 가꾸기 위해 설치한 조형물들이 오히려 도시의 외경을 해치고 있다는 평을 듣는 조형물도 있어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영화 괴물에 나오는 괴 생명체가 한강 여의도 공원에 10m짜리 조형물로 설치된 것이 그 대표적 사례인데요. 서울시가 한강이야기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한 조형물로, 서울시는 시의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지만, 2억짜리 흉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물론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니까요. 거리에 설치된 여러 조형물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릴 수 있지만, 크게 문제되는 경우도 간혹 있어요. 일명 H대 일베 조형물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죠?
심유철 기자 ▷ 네. 작년 한 대학교 정문 근처에 전시된 조형물로, 조형물의 손 모양은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를 상징하는 자음 o와 ㅂ모양을 형상화하고 있어, 설치 직후부터 논란이 되었는데요. 석고와 우레탄폼 등으로 제작된 이 조형물은 그 대학 조소과 4학년생인 홍기하 씨가 환경 조각 연구 수업에서 과제로 제작해, 연례행사인 야외 조각전에 출품한 겁니다. 조형물의 제목은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로, 그 곳에 약 20일간 전시될 예정이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작가의 의도한 바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그 작품은 그 학교 학생들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크게 논란이 됐어요.
심유철 기자 ▷ 네. 정치 사회적으로 과격한 언행을 일삼아왔던 극우성향의 사이트 일베를 상징하는 손 모양의 조형물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학교 공공장소에 설치됐기 때문인데요. 대학 정문 우측의 기단부에 설치된 이후 SNS에서 급속히 논란거리로 떠올랐고, 사람들은 전시 개막일에는 해당 작업에 항의 메시지를 담은 쪽지를 부착하거나 음료수를 붓고 또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전시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는데요. 그리고 앞서 살펴본 놀이공원 조형물이나 인삼 행사장의 조형물들은 시민들의 항의로 인해 자진 철거되었지만, 이 조형물의 경우는 달랐어요.
심유철 기자 ▷ 네. 설치 이틀 만에, 랩퍼성큰으로 불리는 김성근씨와 두 명의 홍대 재학생이 조형물을 밀었고, 조형물은 받침대 위에서 흔들거리다 결국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떨어지면서 조형물의 손가락은 산산히 부서졌고, 그 후 철거되었는데요. 조형물이 부서진 채 발견되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됐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 사건 이후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는데요. 양 측이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죠?
심유철 기자 ▷ 네. 한쪽에서는 일베 조형물이 교묘하게 일베를 홍보할 목적을 갖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당연히 보기에도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 조형물은 혐오스러운 게 맞고, 철거는 당연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른 주장도 있는데요. 표현의 자유를 물리력으로 막는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예술은 예술로만 보아야 한다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해당 대학 학생들 입장은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총학생회 측은 조형물이 파괴되기 전부터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일베는 그동안 여성 비하, 고인 모독 등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인 모습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왔기 때문에, 작품 소재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인 신중한 판단 없이 해당 조형물을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어 놓았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표현의 자유냐 아니냐를 두고 날선 공방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사실 이 표현의 자유라는 건 추상적 개념이잖아요. 심기자, 이 표현의 자유를 정확하게 정의내릴 수가 있나요?
심유철 기자 ▷ 법학자들은 어떤 이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법적으로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취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혐오 표현. 예를 들어 혐오 발언,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서만큼은 자유로워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대부분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 정도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일반인이 아닌 예술가에게는 절대적 표현의 자유가 허락된다고 믿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절대적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헌법 21조의 언론, 출판의 자유와 22조의 예술의 자유에 의해 다른 권리에 비해 특별한 헌법적 보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다면, 반대로 해당 조형물이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넘을 만큼. 심각한 권리 침해를 했다고 볼 수도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표현물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특정인 또는 집단의 명예가 침해될 정도로 구체적이거나 누구에 대한 것인지 알 수 있어야 하는데요. 이 사건의 경우, 특정인을 구체화한 바 없으므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게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어느 정도의 예술적 표현 자유는 헌법이 특별히 보장하고 있지만, 헌법도 모든 표현을 자유라는 명목아래 보호하지는 않는 거죠?
심유철 기자 ▷ 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헌법 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4항에서는 언론, 출판의 경우,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거나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글은 표현의 자유가 아닌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이 조형물을 두고 의견이 엇걸렸지만 확실한 건, 모든 예술 행위를 표현의 자유라고 보고 이해해줄 수는 없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일부러 조형물을 파손시킨 데에는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게 되는 거죠?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상관없이, 조형물을 파괴한 사람은 재물 손괴죄로 처벌이 가능한데요. 경찰이 관련 남성들을 입건하기도 했지만, 타인의 재물인 조형물의 효용을 해하였으므로, 형법 366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표현의 자유라는 틀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어요. 실제로 몇 년간 일베, 소라넷 등 온라인상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표현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방치되기도 했는데요. 사실 하나의 표현을 두고, 내가 기분이 나빴다는 감정싸움만으로는 표현의 자유도 지킬 수 없고, 또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도 만들기 어려운 게 사실이긴 해요. 심기자, 이런 혐오 조형물 철거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가요?
심유철 기자 ▷ 영주 풍기 인삼 축제에 설치된 남성 성기 형상 조형물이 문제가 되면서, 지난 10월 25일. 청소년 유해 조형물의 전시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신용현 국민의 당 의원은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조형물을 포함한 물건 등을 관람 또는 전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이 그런 혐오 조형물인거죠?
심유철 기자 ▷ 네. 유명 놀이공원이 할로윈 데이를 테마로 한 행사에서 여성 혐오 및 청소년에게 음란성과 잔인성을 조장할 수 있는 조형물을 전시해 시민들의 항의가 쇄도했지만, 현행법을 확인한 결과 정작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그런 혐오 조형물 규제에 힘을 실어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다만, 이번 개정안은 청소년보호법에 해당되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와 혐오 조형물 자체를 규제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논의가 더 필요하고 관련 법 발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심기자, 그 외에, 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심유철 기자 ▷ 게임물이나 영상물에는 등급별로 연령에 제한이 있는 만큼, 이번 놀이공원이나 풍기 인삼 축제 사례와 같이 심신적, 정서적으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조형물에 대해서도 관리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또 기업의 높은 책임성과 윤리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강화된 자율심사기준을 마련해야 하겠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현대미술에 대한 오해 가운데 하나는 아무거나 만들거나, 가져다 놓아도 의도가 특별하면 예술로 성립한다는 믿음입니다. 하지만, 의도가 어떤 합당한 과정을 거쳐, 특정한 재료나 매체로 구현되고, 또 제시됐는지 반드시 따져보아야 합니다. 작가의 의도만으로 다 예술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혐오 조형물을 둘러싼 논란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살펴본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심유철 기자, 감사합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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